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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진 : 채팅 인터뷰 지금 시작해도 되나?

sunsu : 굿모닝 베트남~.ㅎㅎ 베트남은 지금 몇시인가?  

서영진 : 오전 9시다. 한국 보다 2시간 빠르다.

sunsu : 내과 전문의가 된 후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영진 : 맞다. 내과 전문의 취득 후 군의관 대신 코이카에 국제협력의를 신청했다. 친한 선배가 코이카를 통해 국제협력의로 근무했다. 원래 해외 의료봉사에도 관심이 있었고,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도 싶었다.  

sunsu : 의료봉사 기간이 3년이라고 들었는데.

서영진 : 작년 5월 베트남에 왔다. 기간은 2012년 10월까지다. 원하면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sunsu : 근무하는 병원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다고 들었다. 의료진 구성은?

서영진 : 지난 2007년 코이카와 베트남 정부가 공동으로 지은 한국-베트남친선병원에 다니고 있다. 이 병원 안에 위치한 외래 클리닉에 근무하고 있다. 500병상 규모라 베트남 의료진만 100여명이 일하는 대형병원이다. 우리 클리닉은 내과, 외과, 한의과로 구성돼 있고, 일하는 한국인 의사는 3명이다. 모두 코이카 소속이다.

▲ 서영진 씨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베트남친선병원 전경.

sunsu : 현지 의료인과 소통은 어렵지 않나?

서영진 : 베트남 의료진들은 한국 의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리도 그들과 협진하고 있는데, 대부분 영어로 소통한다. 하지만 베트남 북부 사람들은 경직되고 보수적이이서 진심으로 친해지기 어렵다.  sunsu : 풍토병이 많을텐데.

서영진 : 이곳에는 우리와 같은 장마철은 없지만 연중 내내 습하고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감염병이 많다. 그중 뎅기열 환자다 많다. 올해는 수족구병이 베트남 전역에서 발생해 100명이 넘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sunsu :현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서영진 :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라…. 아, 한국인인데 타향에서 일에 몰두하다가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환자를 돌보던 가족뿐 아니라 지인들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타향살이하는 한국인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sunsu : 베트남의 의료제도는 한국과 많이 다를텐데, 그곳 의료비는 비싼 편인가?

서영진 : 베트남의 의료 보장성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자국 의료보험제도가 있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코이카와 다른 국제기구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영리병원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들 영리병원의 의료수가는 한국 보다도 비싼 편이다. 반면 공공병원의 의료수가는 저렴하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시설이나 의료진 수준은 열악하다.

sunsu : 국제협력의를 선택한 것이 잘했다 싶었을 때는?

서영진 : 아무래도 이곳이 한국 보다는 낙후된 환경이다보니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병세가 호전될 때 보람을 느낀다.

sunsu : 군의관이나 공보의 대신 국제협력의를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서영진 : 코이카를 통해 해외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군의관이나 공보의 보다 경제적으로는 나을 게 없다. 또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문화를 접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데 더 큰 메리트가 있다.

sunsu : 우리나라와 문화적인 차이로 현지 동료들과 친해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이른 아침부터 한국-베트남친선병원 앞마당은 대기환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영진 : 베트남에서 회식할 때는 저녁식사 보다 점심식사를 선호한다. 그때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잦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해 정중히 사양하는 편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술을 권했을 때 상대방이 마시지 않으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거절만 하지 못해 고생(?)했다. 또 베트남 의료진들은 영어가 익숙치 못해 이들과 소통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데 답답했던 때가 많았다. sunsu : 현지 환자들과의 라뽀 형성은 오렵지 않았나?

서영진 : 환자와의 관계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가끔 정밀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는 환자에게 어떤 병원을 소개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외국인환자는 베트남 현지 병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현지 병원을 소개할 때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sunsu : 해외에서 의사를 하려고 고민하는 젊은 의사들이 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은 어떤가?

서영진 : 찬성한다. 다만 개발도상국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 의료가 이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경력을 갖고,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에도 진출하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그곳에서 의사를 한다면 봉사 측면 외에도 의료인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양국 의료인 면허 인정과 같은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하겠다. sunsu : 타국에서 의료봉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외로움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서영진 : 하하하. 실제로 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 외국에 나오니. 하지만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들이 소중하다. 다른 환경에 적응하고 그에 속한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이곳까지 온 것 같다.

sunsu : 한국의 젊은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영진 : 의사로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정신없기 때문에 그 밖에 관심을 갖기도 쉽지 않다. 항상 의사이기 이전에 사회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도 교류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병원은 '그들만의 리그' 같다. 하지만 그 '리그' 밖의 사회에서는 의사들은 이방인일 수 있다.sunsu : 가까이톡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부디 건강하게 귀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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