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휴(더좋은 보건의료연대 집행위원)

[라포르시안] 디지털 의료제품은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받는 의료기기 중에서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규제 담당 조직을 꾸릴 정도로 관련 산업에 거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신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제 기준과 연계된 안전성·유효성 평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의료기기업계 입장에서야 인허가 장벽이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규모의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시장 진출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수출 허가와 같이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국제 인증이나 표준 등을 사전에 검토해 디지털 의료제품에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등 디지털 의료제품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출시 제품과 수출을 위한 국제 기준을 갖춘 각각의 디지털 의료제품에 별도 규제를 적용하되 시작부터 각 업체가 두 조건을 모두 알고 시장 진출에 따른 규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의료제품 관련 정책·제도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열린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 디지털 의료제품이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양질의 전자의무기록·건강검진 데이터를 보유한 것은 물론 해당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통해 그 활용 가치 또한 매우 높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이러한 자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관련 기업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디지털 의료제품 정책·제도 수립에 반영하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셋째 일정 기간 낮은 규제 진입장벽을 통해 산업 발전의 주춧돌을 쌓아야 한다. 디지털 의료제품은 특성상 주로 스타트업이나 신규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하거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기존 의료기기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나 인력 규모가 작고 인허가 경험도 부족해 연구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계속해서 열린 생각을 갖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개발자의 창의성을 활짝 열어 줄 수 있기에 일정 수준이 도달하기까지 국제 조화와 연계된 시험검사 등 다양한 인허가 인정 범위를 넓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에 대한 업체 자율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됐으면 한다. 디지털 의료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료기기에 적용한 동일 잣대로 관리한다면 폭발적인 행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디지털 의료제품은 인허가 단계에서의 규제 적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의료제품은 실시간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발견하고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 물론 사안에 따라 대처가 다르긴 하겠지만 환자 피해에 따른 경중을 가려 부작용 등 사후관리를 달리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인허가가 필요 없이 업체 신고·인증만으로 시판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의료제품 등장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후관리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업체에 권한을 부여하되 책임도 지게 하는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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