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의료기기산업혁신연구회 총무이사)

[라포르시안] 챗GPT의 출현으로 산업별 발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일부 온라인 유통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온라인 상점은 챗GPT 출현으로 제품 선택이 최종 소비자가 아닌 인공지능(AI)이 보여 주는 결과만을 선택해 노출되는 특성상 향후 마케팅에 거대한 변화가 예고된다.

우려되는 점은 거대한 자연어 학습 결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답변이 정확하지만 일부 내용의 경우 그럴듯하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정보도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를 그대로 믿어 버리는 ‘환각(Hallucination)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거대언어를 학습하는데 소요되는 수천억 원의 막대한 자본과 엄청난 양의 전기를 써야 하는 슈퍼컴퓨터 특성상 개발에 접근할 수 있는 제작사가 많지 않다는 것 또한 향후 고려할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의료기기 분야와 접목돼 그 사용 잠재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 의료기술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보수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고 개발 이후에도 안전성·유효성 입증을 위한 막대한 실험을 통해 최종 제품이 출시된다. 이러한 과정에 AI가 도입되면 어떠한 이점과 변화를 이끌어낼 지 이미 많은 회사가 관련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제약에서는 AI를 통해 원료물질 적합성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인허가 단계에서도 모의실험 결과를 인정해 주기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가상 실험을 통해 이미 갖고 있는 화학적 구조를 도출해 내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구조나 물질이 원하는 약효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상당 부분 이뤄졌다. 

물론 임상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임상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안전성 시험은 일정 부분 인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생명을 다루는 심장 박동기에 대한 자기공명장치(MRI)와의 호환성을 연구할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개발 단계에서의 일정 부분을 대체하는 정도의 기술이 도입됐지만 향후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적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령 로봇수술에 AI가 접목되고 잘 훈련된 대화형 챗GPT가 도입된다면 매번 수술 단계마다 수많은 논문에 기초한 해법을 실시간 추천받을 수 있고 주어진 논리값에 따라 어떤 수술법을 시행할지 자문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수술 효과는 향상되고 시술자 간 기술적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이 모든 혜택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 다른 사례로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바이오센서를 부착하게 하고 실시간 측정되는 수치에 따라 AI가 분석치를 환자와 의사에게 제공한다면 환자는 본인만의 질병 관리를 언제나 받을 수 있게 되고 의사 또한 필요한 처치를 실시간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어를 이용한 질문은 마치 주치의가 항상 동행하는 것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검진 후 본인 상태를 알기 위해 특정 회사에 정보를 제공하면 대학병원급 의료진에 의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됐다. 이미 미국에서는 영상진단자료를 제공하면 AI가 분석해 혹시 찾아내지 못하는 질병을 조기에 검진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됐다. 

이처럼 AI 기술이 발전하고 챗GPT가 등장하면서 의료현장에서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의료진과의 정보 비대칭도 해소되고 있다. 특히 AI와 접목된 의료기기는 병의원 및 일상생활의 자료까지 모두 획득해 진단에 이용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정보를 해석하는 일조차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의료기기까지 출현하면서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 치료 범위 또한 확대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치매와 같은 인지 장애나 초기 우울증 그리고 약제에 대한 순응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적응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낙관적인 기술의 이익보다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 침해, 정보 소유에 따른 권리문제 등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 연구의 경우 개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은 개인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결정의 기본에는 개인에 대한 권리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한계성이 있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미래 가능성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머리를 맞대야 한다. AI 기술로 인한 편익과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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