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수(의료기기산업혁신연구회 산업이사)

[라포르시안] 정부는 지난달 17일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출범을 알리고 인공지능(AI)·나노기술 등 첨단기술과 바이오헬스와의 융복합 의료기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에서는 ▲기술·임상 지원 ▲제품화 ▲인허가 및 보험 등재 ▲글로벌 시장진출 등으로 하위 조직을 꾸리고 의료기기·의약품·디지털·보건의료기술을 망라해 12개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범부처 전주기 지원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위원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12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국무조정실·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해 산업 지원과 진흥 성격이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더불어 규제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등이 전체 바이오헬스 산업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산업계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범정부 기관이 운영된 사례가 없는 만큼 해당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의료기기 제조업 종사자로서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첫째, 부처 사이에 가로막혀있는 벽을 허물 수 있으면 한다. 대표적인 예로 신의료기술 통과를 위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가 근거 중심 문헌 고찰을 위해 임상이 필요할 때 단지 복지부에 국한하지 않고 과기부나 산자부 지원 예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 부처는 가용 예산의 한계가 있는 만큼 소속 중점 과제에 예산 집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투자된 지원금 중 상품화로 이어지고 시판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결국 지원금으로 제품화는 성공했지만 시장에 시판되지 못하면 모든 기술은 사장되고 지원금은 침몰 비용이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판 전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대한 임상 지원을 한다면 투자 대비 상품화 성공 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지속적인 보완과 함께 많은 규제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진입의 가장 큰 장벽인 만큼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가 이를 보완해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없이도 병의원에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으면 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쓰이는 급여의 경우 당연히 한정된 재화이므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신제품은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전이 없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원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판 후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 환자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 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문제가 있는 제품을 관리 할 수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부처 간 칸막이를 해체해 막힌 시장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미용 의료기기를 미용사가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개인용 의료기기에 대한 정의를 통해 고령화 시대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개인용 의료기기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 관리 할 수 있는 품목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인 의료기기 분야는 ▲미용 ▲체외진단의료기기 ▲유전자 등이다. 문제는 이 3가지 품목이 기존 규제에 묶여 제품이 시장에 출시돼도 개인용으로는 판매가 어려워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NP(임상간호사)나 PA(의사보조사)가 의학적 소견이 필요한 전문적인 피부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의원만이 할 수 있으니 당연히 판매처와 사용 경험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용처와 대상을 넓히고 시장과 사용 경험을 늘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규제에 대한 국제조화와 함께 의료기기 제조업에 대한 이원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제조사가 다국적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같은 조건으로 뛰라는 것은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조사를 위한 비용경감 대안으로 시험검사·인허가 수수료, GLP 성적서 의무화, 제조사 책임보험 제도에 대한 지원 등을 구상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상시적인 제도가 요구된다.

모처럼 범부처 협의체가 꾸려진 만큼 의료기기산업계의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서로의 장벽에 막혀 논란만 무성했던 문제들이 이번만큼은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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