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보도 후 사설 통해 '성급한 명예회복' 노력에 우려 제기

이 기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1월 21일자로 게재된 "황우석 복귀, 서두를 것 없다(Don’t rush to rehabilitate Hwang)"는 제목의 사설을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양병찬 약사가 번역한 글을 사전에 허락을 받고 전재합니다.

지난 주 Nature에 실린 기사는 한국에서 큰 소동을 일으켰다. 그 기사는 "전(前) 서울대학교의 복제전문가 황우석이 2006년 논문조작 사건으로 물러난 후,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그 기사를 "황우석이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내고 있으며 다시 한 번 과학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황우석과 관련된 주식의 가격은 급등했다. 그러나 그 기사에 대하여 말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기사를 읽어 보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관련 기사 : 황우석의 귀환?…네이처紙, 다시 그를 말하다, 네이처 기사 링크>

기사를 읽어 봤으면 알겠지만, 그 기사는 황우석의 연구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공격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한 건의 매우 드문 사례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 내용인즉, 불명예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한 과학자가 약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과학자가 쓴 지지성명이 아니라, 기자가 쓴 기사다. 그것은 - 지금은 철회됐지만 - 황우석의 첫 번째 논문 발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사였다. 그 논문에서 황우석은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쳐(http://www.nature.com/) 기사 이미지 캡쳐

그 기사는 황우석을 성급히 복권시키려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황우석이 "문제의 줄기세포(NT-1)는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였다"고 강변하고 있으며, 관련 소송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주장은 독립 연구기관은 물론 자신의 연구실에서조차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문제의 세포가 복제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데이터를 조작했었다. 하지만 황우석은 자신의 과학적 주장을 인정받기 위해, 전문가보다는 특허청과 법원이라는 비과학적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

황우석은 맹목적 지지자들의 심리에 영합하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위대한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이 불공평하게 처리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황우석이 명성을 잃은 이유가 절차상의 하자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당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박해를 감수했던 내부 고발자는 온라인에서 "나라를 곤란에 빠뜨리고, 훌륭한 과학자를 방해했으며, 한국 BT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은 반역자"로 매도되어 왔다.

황우석보다 더 진실에서 먼 사람은 없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말해 볼까? 1990년대 말 소를 복제했다던 그의 주장은 과학저널을 통해 발표되지 않고 사진발과 정치적 커넥션을 통해 홍보됐다. 그가 인간복제 연구에 관한 과학적 지식에 기여한 게 뭐 있나? 2013년 5월, 세포생물학자인 미탈리포프는 "마침내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2004년 황우석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줄기세포 말이다.

그는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황우석에 대해 말할 것이 별로 없다. 인간의 체세포 핵치환에 관한 그의 연구에는 영양가가 없어서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았다." 황우석에게 난자를 제공한 약 120명의 기증자들은 헛수고를 했다. 황우석이 달성했다고 주장한 업적의 잠재적 가치는, 거짓임이 밝혀지기 전까지 과대포장됐었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보다 월등한 기술(유도만능줄기세포)의 개발이 임박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내부 고발자는 대한민국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잃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부정직하고 부풀려진 연구결과를 떠벌이지 못하도록 막은 것뿐이다. 그는 잘못된 싹을 잘라, 대한민국의 과학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죄밖에 없다.

그가 옳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황우석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분야와 기타 과학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지만, 본래 획기적인 업적이란 아무도 기대하지 않거나 큰 가망이 없어 보일 때 나오는 법이다.

황우석은 아마도 명예회복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으며, 동료 과학자들도 이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다음과 같은 선결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벌이고 있는 특허주장 및 법적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과연 그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부분적으로 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진정 재출발을 원한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양병찬은?

인천에서 태어나 부평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84년)와 동대학원(1986년)을 졸업하였다. 그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다가, 39세의 나이에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였다. 약대 재학시절에는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경영학, 의학, 약학, 건축학 분야의 문건을 번역하였다. 약대 졸업 후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서울대병원의 문전약국에 2년 간 근무하며 전문약품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2005년 5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구로구에서 소규모 약국을 운영하며, 전문번역가와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지식리포터(보건의료, 생명과학 분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5월 이후 임상약학, OTC 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미국, 영국, 일본의 상담서들을 꾸준히 번역 소개해 왔다. 주요 번역서로는 [비처방약품 치료학 (Nonprescription Product herapeutics/ 2007년 7월)], [피플스 파마시], [드럭 머거], [약국 증상별 상담 매뉴얼], [커뮤너티 파마시] 등이 있다. <출처 : 도서 전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북DB(book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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