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건보재정 적자 전환 예상...복지부, 돈줄 죄기로 '지출 합리화'에 방점
올 12월 말로 국고지원 일몰기한..."국고지원 상향·사후정산 법개정해야"

[라포르시안]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가 재정 안정성 확보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특히 중장기 재정 관리 강화를 위해서 '지출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보장성 확대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1년 단위로 수입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단기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을 놓고 중장기 재정 관리를 위해선 지출 합리화에 앞서 '국고지원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말 결산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당기수지 2조 7,718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법정준비금(누적적립금)은 20조 2,41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수지는 전년동기 대비 1조 2,681억원 증가했고, 법정준비금은 전년 대비 2조 8,22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재정이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유행 영향으로 의료이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의료이용이 다시 예전처럼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도 확대되고 있다. 

공단은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주택금융부채 공제 등에 따른 지역가입자 재산공제 확대로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척추 MRI·두경부 초음파 급여화, 신경계‧근골격계 질환 보장성 확대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과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등으로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정감사를 맞아 건보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장)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및 정부지원법 개정 필요성' 자료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작년(2021년) 20.2조원이던 준비금(누적수지)은 2026년 9.4조원으로 5년 만에 반토막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당기수지 전망은 ▲보험료인상률(2023년 1.49% 결정 반영, 24년 이후 23년 수준 가정) ▲정부지원율(2022년 14.43%, 2023년 이후 보험료수입의 14.40% 반영) ▲수가인상률(2023년 1.98% 결정 반영, 2024년 이후 2.09% 유지 가정) 등 세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복지부는 지난 17일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보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인구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추세를 감안하여 지출 합리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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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구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추세를 감안해 지출 합리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과다의료이용 ▲비급여·급여 이용량 증가와 실손보험과의 관계 ▲건강보험 자격도용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부적정 이용 등 건강보험 재정 누수 항목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적정 수준의 준비금을 유지하는 등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출효율화 등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11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기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의 불확실한 중장기 전망을 놓고 재정 안정화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고지원 정상화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을 보면 정부는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14%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국고)에서 지원하고,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다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축소 지급해 왔다. 특히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을 담은 법규정이 올해 12월 말로 일몰 시한이 임박했지만 이를 연장하거나 일몰 시한을 삭제하는 법개정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에 따르면 2007년부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법에 명시된 20%를 넘은 적이 없고, 2019년~2021년 정부지원금도 13.3%, 14.8%, 13.8%에 그쳤다. 국고지원 규정이 생긴 2007년 이후 최근까지 미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몰 규정을 담은 건보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이 올해 말로 종료될 경우 건강보험료를 매년 18% 이상 올려야 부족한 재정을 충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간강보험노조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18.6~18.7%까지 인상해야 올해 지원액인 10조 원 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전 국민의 월평균 보험료가 평균 2만원 이상 인상된다"고 추산했다.  

"건강보험 정부지원, 항구적 법제화로 개정해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항구적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의료산업연맹 등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시적 조항인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개정해 항구적 지원으로 법제화하고,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여 국민 부담을 가중시켜 보장성을 낮추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도 의료 민영화 정책 묶음에 속한다"며 "윤석열 행정부와 달리 정말 민생을 걱정한다면 국회라도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 지원에 적극 나서 ‘본분’인 민생 입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는 ‘예상 수입’, ‘상당한’ 같은 정부에 유리한 불명확한 문구를 명확히 하고, 건강보험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며, 한시 조항을 철폐해 정부가 항구적으로 건강보험을 지원하도록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의료 민영화 등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에는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일몰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여러건이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작년 11월 국고지원 일몰제 관련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건보법 개정안은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한 애매한 규정을 ‘전전년도 건강보험 지출액의 100분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명확히 하도록 했다. 한시법으로 규정한 부칙규정을 삭제해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2020년 9월 발의한 건보법 개정안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전전년도 결산 상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고지원 규정을 명확히 했다. 또 한시법으로 규정한 국고지원 일몰시한 부칙규정을 삭제해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건보재정 국고지원금을 해당 연도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고,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고지원금 차액을 정산하도록 한 건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당 이정문 의원은 ‘해당연도 예상 수입액’을 ‘전전 연도 수입액’으로 변경하고, ‘100분의 16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하도록 하는 건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비율을 '100분의 14'에서 '100분의 17'로 높이고,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 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선 사후정산을 도입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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