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관련 연구보고서 통해 향후 대응 정책과제 제시
사회안전망·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돌봄서비스 공백 해소 필요

[라포르시안]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는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안기고 있다. 특히 가구소득 감소와 취약계층의 일상 유지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코로나19 방역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게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이 향후 반복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자동 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방역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집중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후 유사한 감염병 재난 상황 발생시 대응책 수립에 좋은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은 최근 '가구소득에 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과 정책과제(연구책임자 이현주)'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영향을 조기에 파악하고 정책기획에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민 대상 전화조사와 전문가 대상 웹조사를 통해 코로나19 영향, 소득 변화와 원인, 상황에 대한 해석과 정책 대안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국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3분의 1 정도가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소득 중하위층, 프리랜서, 특수고용형태의 의존도급인 집단, 자영업·고용주 집단에서 소득 감소 경험 비율이 높았다. 소득 감소의 원인은 매출 감소, 휴·폐업, 실직, 근로시간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득지원이 필요한지에 묻는 조사에 응답자 가운데 87.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소득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지원 대상으로는 '모든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8.3%였다. '소득 하위 70%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2.4%, '소득 하위 50%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2.0%를 차지했다. 적당한 지원 금액으로는 '30만~50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2.8%였다.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는 가계 생계지원(혹은 재난지원) 대상자 선정 범위 대해서는 선별 지원(52.6%)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보편 지원(47.4%)을 방식보다 조금 더 높았다.

전문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 집단은 '자영업자'였고, 다음으로 '불안정 노동자', '저소득층' 순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가구소득 감소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일상 유지에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서비스 이용 중단, 가정폭력 위험 심화, 생활시설 감염 확산 등으로 취약계층의 생활 유지가 위협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과 주간보호시설, 직업재활시설, 노인일자리, 정신재활시설, 노숙인 이용시설 등 다수의 이용시설이 긴 시간 휴관 조치되면서 돌봄 공백 위험과 가구 내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유행은 각자도생 사회가 갖는 한계와 사회 연대의 의미를 재확인시켰다.

보고서는 "코로나19는 특정 집단의 고통이 다른 집단의 일상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질병 감염 경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생활의 유지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또한 고용 불안에 대응하는 사회적 안정장치의 중요성과 보편적 사회보장의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취약계층 및 지역주민을 위해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시 서남병원 직원들이 의료취약계층에게 우편으로 발송할 건강관리 관련 물품을 포장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시 서남병원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취약계층 및 지역주민을 위해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시 서남병원 직원들이 의료취약계층에게 우편으로 발송할 건강관리 관련 물품을 포장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시 서남병원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단기·긴급 대응 정책과제와 중장기 대응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단기·긴급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종합적 점검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 대안 모색에서 가장 전제돼야 하는 과제로 코로나19 영향을 누가 어떻게 받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란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록, 분석하는 것은 이후 유사 위기에서 발생할 위험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며 "가구경제에 대한 영향 파악과 더불어 일상의 생활을 어렵게 한 서비스 중단 등의 영향을 파악할 필요도 잇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염자와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분석도 중요하다"며 "감염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단지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 중심에 한정하기보다 누가 왜 감염되었는지, 취약계층의 감염 위험이 더 높았었는지 등에 대한 파악을 중심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역 중심 대응의 한계와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방역 중심 대응에서 개인정보보호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른 대안이 없을 때는 위기대응으로 사회적 수용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감염경로 정보를 공유하고 방역이 가능했었다면 이러한 조치는 이후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방역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집중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후 유사 위기 대응에 긍정적 정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정서적 차원에 대한 점검과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코로나19는 경제적 위험뿐 아니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속된 고립으로 인한 정신적, 정서적 위험도를 높였다. 과거 유사 시기의 자살률과 가정폭력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정서적 지원의 강화, 회복력 제고가 절실하다.

보고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점검 강화, 신고 및 상담 창구의 다변화와 접근성 제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 발생 예방과 폭력 발생 감지, 폭력 피해자의 분리 주거 공급 등 위기 대응에 고립 시 대응을 추가하고 면밀하게 보강해야 한다.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는 사회 구성원의 상황을 사전 진단할 수 있도록 감지 지표를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점검하고, 유선과 온라인 등 상담창구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장기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사회보장제도의 자동 안정화 기능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 상병지원제도 도입, 공공의료체계 정비, 돌봄 공백 해소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상병지원제도 도입 등 취약계층이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이나 감소에 대응하는 제도적 보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감염자의 특성과 감염 원인 등의 파악을 전제로 질병으로 인한 소득 감소에 대응하는 상병수당 등 제도적 대응을 검토하고 구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의료 접근성 문제는 경제적 요인과 공간적 요인 등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 병원은 2017년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학교병원이 전부이며, 시도별 임시격리시설 역시 지역별 지정 시설이나 수용 인원수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은 감염병 등에 대응할 병상 수 확보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며, 감염병 전문병원, 임시격리시설의 확충, 적정한 지역 안배와 효율적 운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이 방역에 집중돼 각종 돌봄서비스 공간 폐쇄 조치가 잇따르면서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층을 위한 돌봄공백이 장기화됐다. 향후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돌봄시설 폐쇄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돌봄서비스 공백을 검토하고 돌봄의 공백 위험과 가구내 돌봄의 과부담 위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며 "이용시설은 위기 시 비대면 서비스 제공, 집단서비스에서 개인서비스로의 전환 등 대응 매뉴얼을 사전에 마련하고, 재가 중심의 서비스 효과성과 효율성 제고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돌봄서비스를 1대 1, 1대 다수 등 상세 구분하고 감염병 등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대면 방식을 마련하고,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감염병 예방 및 대응 관리를 위한 지침 체계화와 및 긴급(인력포함)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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