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변증·방제료, 의사 기본진찰료보다 3배 높게 책정한 근거 제시해야"

[라포르시안] 대한피부과의사회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관련 기사: 월경통 등 3개 질환 대상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피부과의사회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2012년에 한 번 백지화된 정책이며, 불과 5개월 전에도 첩약 급여화 사업에 대해 많은 반대가 있었음에도 복지부는 연간 500억이라는 정부예산을 투입해 급여화 사업을 다시 진행하려 한다"며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안정성, 유효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비과학적 정책에 투입한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방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의학에서 신약이란 대규모 임상을 기반으로 한 의학계 공통 기준에 맞춰 약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면밀히 검증된 후사용된다"며 "첩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이러한 검증 과정을 당당히 거쳐야 한다.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하면서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해 나가겠다고 하는 건 앞뒤 순서가 바뀐 매우 비상식적이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책정한 첩약 수가와 변증, 방제료가 비합리적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복지부 시범사업  계획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첫해 500억원 규모로, 그 중 환자본인 부담률은 50%이다.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14∼16만원 수준이 제시됐다. 의사의 기본 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방제료는 의사 기본 진찰료보다 3배정도 높은 3만9,000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피부과의사회는 "한의사들은 진료에 어떤 과정이 있기에 의사들의 3배가 넘는 수가를 책정한 것인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첩약 급여화보다 더 시급한 질환에 대해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95만명의 아토피 환자와 16만명의 건선환자가 만성 피부질환으로 육체적 고통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2018년 기준으로 4년 전과 비교해 20대 이상 아토피 환자가 19%나 급증했으며, 건선 환자 1인당 진료비가 26만원에서 41만원으로 커졌다. 

피부과의사회는 "아토피와 건선 두 질환 모두 생물학적 제재에 의한 치료가 증가하고 있고, 치료 결과도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물학적 제재의 급여 적용은 특정 환자군에서만 까다롭게 허용된다"며 "장기간 투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어떤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 하기에 앞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된 생물학적 제재 급여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부과의사회는 "한약 첩약 급여화는 안전성과 유효성 및 치료의 효과를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시범사업 전면 백지화 및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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