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백신 접종률 낮아 집단면역 효과 떨어진 듯

[라포르시안]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심상치 않다. 특히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2016년 겨울처럼 대유행 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보건당국은 올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작년보다 2주 빠른 지난달 16일 발동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동한 지난 11월 16일 이후부터 독감 의심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49주차(12월 2일~12월 8일)에는 의심환자 분율이 외래환자 1,000명당 34.0명으로 전주(19.2명)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독감 의심환자는 7세부터 18세까지 초·중·고 학생을 중심으로 높은 발생율을 보이고 있다.

연령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 감시 현황 (49주차 : 2018. 12. 02. ~ 2018. 12. 08.).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연령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 감시 현황 (49주차 : 2018. 12. 02. ~ 2018. 12. 08.).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49주차 기준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7~12세가 84.6명, 12~18세가 86.9명으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2~3배 더 높았다.

독감이 대유행했던 2016년 52주차(2016년 12월 18일~2016년 12월 24일)에 의심환자가 1,000명당 86.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때와 비슷하게 올해 12월 들어서면서 초·중·고등학교마다 독감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급증하는 추세다. <관련 기사: 일찍 시작된 독감 유행, 보건당국 안일한 대응 탓?>

이런 가운데 초등학교 고학년인 10~12세 어린이 중 상당수가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만 12세 가운데 71.5%가 접종을 완료했다. 그러나 10~12세 연령대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56.6%에 그쳤다.

백신 접종률이 낮을 경우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을 획득해야 독감 유행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독감 백신 접종 후 방어 항체가 형성까지 2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행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초·중·고가 방학에 들어가는 이달 말까지 독감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독감은 메르스 등 다른 감염성 질환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은 건강피해와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독감 유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1/3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독감 유행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진료환자 수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관련 진료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자료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독감 유행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진료환자 수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관련 진료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자료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전체 진료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독감 진료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독감 진료환자 수와 진료비는 2009년 184만명(1,486억원), 2010년 149만명(1,663억원), 2011년 18만명(203억원), 2012년 50만명(436억원), 2013년 20만(229억원), 2014년 83만명(841억원), 2015년 84만명(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독감 진료환자 수에 따라 연간 총진료비 규모가 약 1,400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진료비 외에도 다른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극적인 예방 대책으로 독감 유행을 차단하면 상당히 큰 질병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도 상당한다. 만성질환자와 노인, 영유아 등의 건강취약층은 독감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05년∼2008년 통계청 사망자료, 심평원의 입원 및 외래방문자수 자료,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자료 등을 이용해 독감의 질병부담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연간 독감에 의한 기여사망자수는 평균 2,370명에 달했다.

사망원인 질환별로 살펴보면 폐렴 및 인플루엔자 사망자의 3.0%(연간 141명), 호흡기질환 사망자의 3.4%(510명), 심혈관계사망자의 1.4%(797명)로 추정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독감은 질병부담이나 공중보건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큰 심각한 감염성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초·중·고를 대상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점을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6~18세 연령의 소아와 청소년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통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이차감염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역당국, 교육당국, 의료계가 상호 협조해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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