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독감 접종 앞당기자 요청했지만 무시"...질병관리본부는 '늦은 방학' 탓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 주간 감염병 동향 보고서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 주간 감염병 동향 보고서

[라포르시안] 초·중·고등학교가 독감(계절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감으로 결석을 하는 학생이 속출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는 방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독감 유행은 예년과 비교할 때 한달 가까이 일찍 시작됐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 빠른 유행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이번 독감 유행 사태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이 독감 유행의 최일선에서 방역을 담당하는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채 독단적으로 대책을 수립하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11~17일 사이 병의원을 찾은 7~18세 연령의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152.2명으로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학령기 연령층에서 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는 21일부터 10세 이상 18세 이하 연령을 대상으로 타미플루 등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oseltamivir 및 zanamivir)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조치를 취했다.

복지부는 "인플루엔자 유행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급여기준 확대를 신속히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의료진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독감 유행을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21일 "일선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12월에 폭발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A형 독감과의 전쟁에 눈코 뜰 새가 없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의 대처는 OECD국가 보건당국의 대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독감 예방접종 시작 시기를 너무 늦게 잡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부터 의료계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시기를 9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소청과의사회는 "올해 시작된 소아 독감 접종의 대상을 적어도 만59개월까지의 어린이들에 대해서 반드시 시행해야 하며 그 접종 시기도 약이 구해지는 대로 최대한 빨리 접종을 일찍 마쳐야 한다고 누누이 질병관리본부 측에 얘기해 왔다"며 "그러나 복지부는 약이 부족하고 접종효과가 6개월에 밖에 가지 않는다면서 예년과 다르게 10월에서야 독감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독감 국가접종사업도 만6개월에서 만11개월에 한정해 기형적으로 실시했다"고 비난했다.

독감 접종 시기가 늦어지면서 예방접종의 궁극적인 목표인 '집단면역' 형성이 늦춰지면서 지금과 같은 유행 사태를 빚어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독감 예방접종이 늦어져 국민들 사이에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군집면역의 형성에 큰 지장을 초래했고, 이는 영유아와 소아청소년 등의 건강에 큰 위해를 가져왔다"며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서두르는 것이 선택 가능한 최선인데 그런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타미플루 급여대상 연령 확대라는 탁상행정식 미봉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제의 급여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인 소청과의사회와 사전에 상의조차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복지부는 갑작스런 급여확대를 하면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전문가 단체인 소청과의사회와 상의하거나 심지어는 공문 한 장 보낸 바가 없이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했다"며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일선 현장의 의료전문가를 존중하는 자세가 전혀 없고 현장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복지부의 감염병에 대한 황당한 대처와 헛발질은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올해 초중고 학생 사이에서 독감이 유행하는 이유로 ‘늦은 방학’과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 확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초중고 학생 등 학교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가 급증하는 특이한 유행은 ‘늦은 방학’과 ‘집단생활’로 인한 특성(집단생활 감염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예방접종을 받은 그룹인 65세 이상 노인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 지수는 유행주의보 기준인 외래환자 1000명당 8.9명(잠정통계) 수준으로 다른 연령대 보다 낮게 나타나 사전예방접종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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