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대비해 노인의학 전문가 양성해야" ↔ "노인 건강문제 다학제 진료로 풀어야"

[라포르시안] 지난 30일 대한의학회 제17차 학회 임원아카데미에서 내과학회가 추진하는 '노인의학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관련 학회들이 격론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일부 전문과 학회는 노인의학 세부전문의든 분과전문의든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송영욱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노인의학 전문가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노화의 진전과 고령자의 독특한 질병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자 ▲새로운 건강의 정의와 예방의 근거를 쌓아갈 수 있는 임상가 ▲건강의 정의와 치료적 접근을 이해하고 다각적 접근이 가능한 의료진의 리더이며 존엄한 임종의 경험이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노인의학 세부전문의 교육과정도 그런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창오 내과학회 노년내과위원회 간사(연세대 의대)는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건강수명은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면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간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노인요양병원에는 대학에서 은퇴한 의사들도 근무하는데 '노인 환자를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문의를 해온다"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통해 노인의학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진료하면 비용대비 효과와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외국의 논문도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의학 전문가 양성은 내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전문과목이 융합해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 내과에서 노인 환자를 다 보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고 했다. 

노용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사회는 의사들이 전문적이고 통합적으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원한다"며 "사회의 요구에 따라 노인의료에 대한 의학적 바탕을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의료를 이끌어가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반면 김재문 신경과학회 부이사장(충남대 의대)은 "노인의학 세부전문의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노인의료 문제가 잘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노인의료는 세부전문의 제도로 풀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정과 전문의가 노인환자를 전담 케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다. 

김 부이사장은 "노인의학 전문의가 일차의료 등에서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전문의보다 더 효율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느냐 그게 의문"이라고 했다. 

세부전문의를 만드는 것보다 다학제 진료가 올바른 방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헌 재활의학회 이사장(고려대의대)도 "신경과와 마찬가지로 재활의학과는 환자의 90% 이상이 노인이다. 암은 사망률이 높으니 관련 학회들이 세부전문의를 만들자고 하지 않는다. 다학제 진료로 해결한다"면서 "이제 노인 건강문제도 다학제 진료를 해야 한다. 그게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찬반을 떠나 환자를 놓고 봐야 한다. 각자 전문성을 살리는 게 좋은지 1~2년 트레이닝 받은 의사가 토탈케어를 하는 게 좋은지 궁금하다"며 "그렇게 단기간 수련으로 모든 전문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가톨릭의대)는 "중환자의학회의 경우 관련 8개 전문과목이 모여서 만들었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성사되려면 관련 전문과목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며 "트레이닝을 시키고 자격증을 주려면 다른 전문과목에서 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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