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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중심이다] 새 헌법에 담을 '건강권', 이게 최선인가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이번에 정부가 전문을 공개한 헌법개정안 제35조 5항은 환영만 하기에는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 개정안에 대한 그간의 진행과정 상의 문제 그리고 시민참여와 공론화 과정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차치하더라도 내용적인 면에서 정부는 여전히 건강에 대한 시각과 함께 그에 대한 실천 의지도 매우 의심스럽기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개헌안 전문 중 35조 5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5조 ⑤ 모든 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질병을 예방하고 보건의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전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보건의료운동은 건강권운동으로 그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 건강의 문제가 단지 보건의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 요인이 그것을 결정한다고 할 때 보건의료의 틀 속에서 운동하는 것은 건강의 문제를 너무 작은 틀에서 본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 시효가 끝났음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의 형평성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배우지 않아도 다들 몸으로 알기 시작했고, 그에 맞는 사회 변화는 이에 부응하여 영역과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

건강권을 물어서 이야기하면 헌법개정안에 나와 있듯이 ‘건강할 권리’로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간 우리 사회가 건강의 문제를 인권의 하나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매우 긍정적인 일보전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정부도 비준한 바 있는 2004년 유엔 사회권 위원회의규약은 건강권을 적절한 수준으로 '건강해질 권리(Right to be healthy)'가 아니라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재화, 서비스 및 환경을 향유할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필요한 시설, 재화, 서비스를 넘어서 한 사회가 건강권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숱한 시대의 고난을 겪고 30여년 만에 만들어지는 개헌안이 첫술에 배부르랴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개헌안 중 35조 5항을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일정부분 함량미달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건강할 권리는 위에 말했듯이 질병을 예방하고 보건의료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권리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개헌안은 국가의 역할을 여전히 의료 서비스와 제도의 개선이라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한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 대상을 ‘사람’이 아닌 ‘국민’으로 한정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권 차원의 온전한 보장 의지를 결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권리를 강화하면 그게 그거 아니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헌법 개정안에 건강할 권리를 건강권으로 분명히 적시하고,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보건의료제도 개선만이 아니라 건강형평성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천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조항 하나하나마다, 사용하고 뜻하는 단어 하나조차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직 정부는 더 확장된 차원에서의 건강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개헌안에 보이는 것처럼 ‘노력해야 한다’라는 것은 그간의 여러 법률에도 보아왔듯이 그런 조항의 법규정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다시 그런 행태를 보일까 심히 우려된다. 아직 사회가 발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 환영 일색의 분위기에서라도 이야기할 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개헌안을 보노라면 꼭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제시한 것이 자꾸 생각난다. 건강을 권리로 천명한 것을 빼면 그 내용과 의지가 너무 부족하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현재 건강세상네크워크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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