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내가 일하는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6일에 2011년 당시 약가협상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의혹으로 인해 자체 감사를 받고 건강보험공단 스스로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던 인물을 다시 수가급여부장으로 중용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적 입장을 냈다.
공단은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한 건상세상의 입장에 대해 곧바로 해명자료를 냈다. 한마디로 별 문제가 없고 규정에 따라 행한 인사라는 것이 해명의 주요 요지다. 맞다. 형식은 무슨 문제였겠나! 자체 감사실에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약가협상에 매우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해당 책임자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도 사실이고, 이를 근거로 공단이 약가협상 책임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도 사실이며 이 때문에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약가협상은 규정대로 시행되었으며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해당 실무책임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약가협상 실무자가 협상 중에 무려 수십 차례에 걸쳐 협상 대상인 제약회사 대표와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았다는 것도 사실이며, 공단이 수사의뢰를 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수사 취하를 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도 다 사실이다. 뭐 팩트를 이야기해보자면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집행유예 됐다는 것도 다 팩트 아니겠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성공적인 국정과제 수행과 공단의 중장기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 지난 2월 5일 본부 간부직원이 참여하는 '건강보험 혁신토론회'를 열었다. 김용익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공단이 그간의 고정관념,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을 탈피해 에너지가 넘치고 액티브한 조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를 조직문화 발전의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성공적인 국정과제 수행과 공단의 중장기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 지난 2월 5일 본부 간부직원이 참여하는 '건강보험 혁신토론회'를 열었다. 김용익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공단이 그간의 고정관념,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을 탈피해 에너지가 넘치고 액티브한 조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를 조직문화 발전의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건강보험공단

문제는 당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었던 정형근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 출신으로서 공작 정치의 달인이라고 평가되던 인물이 아닌가? 게다가 이명박 정권에서의 검찰 권력은 지금도 그 권력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제약회사 역시 당시 공단에서 약가협상을 했던 약제 외에도 자회사의 약제까지도 각종 로비를 통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아직도 여전한 업체이다. 무슨 연유였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수사를 다해놓고도 해당 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어 종결되었다.

우리나라의 제네릭 약가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너무 높다. 제네릭 약가는 소위 선진 16개국 중 1위다. 노르웨이의 제네릭 약가가 우리나라의 1/3 수준이니까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르웨이보다는 3배가량이나 비싼 것이다. 약가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부실을 바로 잡고 약가협상을 잘해야 하는 실무 책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관리실과 약제급여평가위 그리고 공단의 약가협상팀에 있다.

그러나 심평원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작년에는 검찰에게 압수수색까지 당했고 급기야 약평위 위원의 한 명은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그 뿐이랴. 약제급여심사를 담당하는 모 부장의 남편이 제약사를 대신해 약제의 심사-허가를 컨설팅 하는 업체 대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부장이 다른 부서로 발령된 일도 있었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심평원의 조직 청렴도는 기관 중 최하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직의 기강과 윤리의식이 완전히 바닥수준인 것이다. 심평원 약제 관련 실장이 사직을 하고 심평원과 소송 중인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정도이니 뭐 말해 무엇 하랴! 작년 우리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면서 ‘이게 나라냐?’라고 했지만 정말 심평원에게는 ‘이게 조직이냐?’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건보공단은 좀 나은 조직인가. 그동안 건보공단의 약가협상 역시 끝없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왔다. 예전에 부광약품 ‘로나센’이나 산텐제약 ‘타플로탄점안액’(녹내장치료제), MSD ‘자누비아’(당뇨병치료제) 그리고 이번의 폐암치료제 '타그리소' 협상 건에 이르기까지 그간 공단의 부실한 협상과 원칙에 의거하지 않은 협상전략은 외부로부터 엉터리 협상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아 온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문제제기가 특정 개인을 끌어내리기 위해 입장을 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결국 문제는 공단 내부의 철학과 인사 원칙에 있다는 것을 지적함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건보공단은 전 국민이 피땀 흘려 낸 보험료로 모두 먹고 사는 조직이다. 이에 당연히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인사는 절차와 규정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내가 만약 공단 이사장이라면 다른 건 모두 제쳐두더라도 협상책임자가 약가 협상 중에 해당 제약사 사장과 수십 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징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다시 기용한다는 건 정부니 복지부니 어디의 규정과 근거를 들이민다 하더라도 이해하거나 용인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사람을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시 능력을 발휘하도록 다시 써야 한다는 논리면 다음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감옥 갔다 오면 법률전문가로서 다시 쓰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다시 써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의 일이 재등장할 때는 다시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 곳곳에 어떤 정치공작에 의해 진실이 가리워져 있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 발령된 실무책임자와 관련한 건은 그 시대 권력에 의해 그렇게 진실이 가려진 건이다. 그래서 이번의 인사는 진실을 보기 위해 그것을 다시금 돌아보지 않고 인사를 단행한 공단 이사장의 철학과 원칙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현재 건강세상네크워크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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