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이대 목동병원에서 아기들이 죽었다. 그것도 1시간 반 남짓한 시간에 4명이 모두 한꺼번에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사망한 아기들의 혈액에서 발견한 시트로박터 푸룬디 균의 염기서열이 모두 일치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병원 내 감염이 거의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언론이 병원의 감염관리 실태나 사고 후 했던 행태에 많은 질타를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낮은 수가와 그에 따른 병원의 손해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비단 이번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북한병사의 치료와 관련한 외상센터 이야기가 나올 때도 낮은 수가와 그에 따른 인력 부족 그리고 손해를 감수하고도 운영하는 병원의 고충 등 판에 박은 듯한 주장은 끊임이 없었다. 이뿐이랴! 메르스 사태가 났었을 때도 결국 낮은 수가와 인력 문제였고, 지지난 주의 '문제인 케어'에 반대한다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도 의정협의체를 만들면서 결국 기승전‘돈“(수가)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같이 공급자들에게 돈을 퍼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외상센터를 지원해줬고, 감염관리 잘하라고 또 돈을 퍼주었으며 수가도 틈틈이 올려왔다. 혹여 이번 이대 목동병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끝나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상센터는 작동조차 힘겨워 보이고 감염관리는 이렇게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불신은 팽배해 있었다.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가장 문제가 심각하게 누적되었던 곳에서 터진 하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왜 문제들이 풀리지 않고 계속 누적되어 가기만 하는 걸까? 나는 이런 원인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곳이 바로 관료와 공급자들이라고 본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번 감염 사망사고 말고도 이미 수차례 사고가 있었던 병원이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에는 좌우가 뒤바뀐 X레이 영상으로 5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다가 문제가 되자 환자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직원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시도했었다. 작년 7월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가 결핵확진 판정을 받아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를 했는데 이때도 아기들과 성인을 합쳐서 모두 7명의 감염자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병원은 이때도 아기들에 대한 결핵검사를 갑자기 중단해 환자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몇 달 전에는 아기에게 투여한 수액세트에서 날벌레가 발견돼 보호자가 이를 신고하는 등 문제를 계속 야기시켜 온 병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처하는 관점과 자세 그리고 시스템에 있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것이지만 이대 목동병원은 2014년도 의료기관평가인증에서 감염관리 부분 우수등급으로 평가 받은 병원이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한마디로 의료기관평가라는 제도가 전혀 현실적이지도 않은 평가기준과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부적절함에 계속 눈을 감고 지내온 사람들이 바로 해당 관료들이다. 이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권력이 바뀔 때마다 말을 바꾸면서 철학 없이 권력만 유지해온 이들은 문제가 터지면 공급자들과 오랜 관계를 해 온 경험으로 적당한 언론 플레이와 함께 적당한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해서 일을 마무리한다. 일이 터질 때마다 만들어지는 소위 ‘의정협의체’라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요즘 세상에서 문제를 대화 없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모두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화의 방식이 문제를 야기한 사람이나 집단 그리고 조직에 대한 별다른 법적 처리 없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급자들의 요구만을 수용해서 끝내는 방식은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오게 만든 오래된 이유이자 원인이다.

이미 시스템은 감염관리를 어떻게 하라고 원칙과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감염관리위원회에 통보하게 되어 있고 병원은 이 분야의 책임자와 인력을 두고 감염관리실을 운영하라고 되어 있다. 중요한 감염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신고는 환자나 보호자가 하고 이번처럼 거꾸로 보건소가 감염사실을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하기도 한다. 제도 자체도 허술한데다가 아예 시스템 자체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은 전문가들이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정도 상항이 되면 전문가들이 이대 목동병원 폐쇄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염학회가 나서고 의협도 나서야 한다. 이번에 그렇게 추운데도 대한문 앞에 모였던 의협 비상대책위도 나서야 한다. 정말 전문가인 의사들의 비상상황은 수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위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인 의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아예 입을 닫고 있거나 오로지 낮은 ‘수가’만을 이야기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호도한다. 이제 의료기관들의 적자타령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외상센터가 하도 적지라서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길래 그럼 어디서 얼만큼 적자가 나는지 보자고 회계자료를 달라해도 아무도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그냥 손해보고 있으니 돈 달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는 지금도, 앞으로도 답이 안 나온다.

철학 없는 관료와 전문가가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중환자실의 감염관리는 이번 목동 이대병원보다 더 심각하다. 일이 터지기 전에 시스템을 바로 세워라. 의료기관평가인증도 기준과 방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 만들어라. 신생아실 외에도 중환자실을 포함한 병원 전체의 감염관리 실태를 전면 조사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기준과 원칙대로 시행하고 징계해라. 이렇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관료와 전문가 모두가 사회적 역할을 다 해야만 당신들도 살고 국민도 산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현재 건강세상네크워크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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