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 주체서 배제돼..."정신건강 서비스 큰 공백 우려"

[라포르시안] 정부가 정신치료 건강보험 수가개편의 일환으로 비급여 항목이었던 '인지행동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전환을 추진하자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31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신치료에 대한 수가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대표적인 정신과 영역의 비급여 영역이던 인지치료ㆍ행동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결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사고를 스스로 발견해 수정하고 잘못 학습된 행동을 변화시키는 정신치료의 일환으로, 그동안 표준화된 치료과정이 없고 치료비용은 모두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종합병원에서 정신질환자의 치료 중 비급여 금액 부담이 가장 높은 항목 1위가 행동치료였고, 3위는 인지치료였다.

복지부는 앞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등에 대해서 최소 30분 이상 시행하는 표준화 된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그러면서 인지행동치료 주체를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공의 3년 차 이상과 전문의’로 제한했다.

이를 놓고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은 이번 결정이 국민 정신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정부의 정신치료 건강보험 수가 개편안에 따라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997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관리 및 교육되어 온 정신건강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인지행동치료의 주체에서 일제히 배제되었다"며 "이로 인해 20여 년간 실제 정신건강문제를 다뤄온 전문가 집단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의 큰 공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는 지난 17일 성신여자대학교 미아운정그린캠퍼스에서 '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정책 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인지행동치료 시행의 자격 기준과 수련 및 교육에 대한 해외 및 국내 현황 ▲인지행동치료 수가와 보험 및 급여화 관련 현안 ▲국가 정신건강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등에 대한 전문가 발제가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임상심리학자와 정신건강전문의들은 정신치료 수가 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비전문적 인력이 인지행동치료에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는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열쇠이며, 쉽게 배워서 쓸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 전문적 훈련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희 메타의원 원장(정신건강전문의)은 “정확한 인지행동치료 시행 및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국가 전문 인력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반드시 심리치료의 주체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치료 활동은 물론 수련 및 양성도 줄가능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2016년까지 복지부 주도로 2,398명의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배출됐지만 앞으로 인지행동치료 주체가 정신과와 신경과 전문의 등으로 제한되면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더는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인지행동치료 실습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 인력양성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편안이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업무 범위를 ‘심리평가’ 및 ‘심리상담’, '심리안정을 위한 서비스 지원'으로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병배 마음사랑 인지행동치료센터 소장은 “복지부 스스로 OECD 권고안과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같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데 정신건강복지법으로는 가능하고 의료법으로는 가능하지 않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에게 병원을 떠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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