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 적용 대상서 배제...임상심리학회 등 관련 단체 반발 거세

[라포르시안] 정신치료 건강보험 수가개편의 일환으로 빠르면 오는 5월부터 비급여 영역이던 인지·행동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사고를 스스로 발견해 수정하고 잘못 학습된 행동을 변화시키는 정신치료의 일환이다. 그동안 표준화된 치료과정이 없고 치료비용은 의료기관별로 5만원에서 26만원으로 차이가 커 환자들의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많았다.

이를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말 인지·행동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치료 수가체계 전면개편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은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등에 최소 30분 이상 시행하는 표준화 된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전공의 3년차, 신경과 전문의가 수행했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인지·행동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5만~26만원에서 1만6500원(의원급 재진 기준)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런 수가개편 방안에 그동안 인지·행동치료를 수행해 온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복지부가 마련한 수가개편안이 시행되면 임상심리사는 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는 지난 2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정신치료 수가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인지·행동치료 시행 주체로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배제되면 정신건겅의학과 전문의만으로 필요한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리학회 등은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3,254명으로, 이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적절한 상담 개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정신건강 증진시설(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및 정신재활시설)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인지행동치료 시행주체에서 빠지면 국민의 정신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신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인력 양성은 물론 기존 임상심리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2,200여명과 두 학회 공인 전문가 6,600여명이 병원, 정부 및 공공 기관, 교육기관, 기업, 사설상담센터 등에서 심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학회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 등 장기적인 심리치료 전문인력 양성도 차질이 불가피해져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가장 심각한 것은 해당 개편안 시행 이후 장기간의 학업과 수련을 해온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및 수련생들이 줄줄이 실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처방 아래 상근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및 정신건강임상심리 수련생이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할 경우 보험급여를 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학회는 "병원 및 요양기관에서 활동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정신치료 수가개편 후에도 중단 없이 인지행동치료 제공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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