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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인공심장 이식 길 열렸지만 문제는 돈...3개월 다는데 1억 넘어세브란스병원, 소아 심실보조장치 이식 첫 성공...소아흉부외과 전문가들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절실"

[라포르시안] 국내 한 대학병원이 희귀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에게 심실보조장치(인공심장) 이식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다른 장기 이식도 그렇지만 특히 뇌사상태인 환자에게서만 기증이 가능한 심장이식은 대기기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이식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성인의 경우 인공심장을 이식하거나 에크모(ECMO, 체외막형산소화장치)를 이용해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대기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아 심장병 환아의 경우 지금까지 이식할 수 있는 인공심장 장치가 국내에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인공심장 장치가 수입허가를 받았다. 이 장치를 이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병 환아에게 이식술이 이뤄진 것이다.

심실보조장치 이식술을 받은 환아의 걷기운동을 보조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26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23일 이 병원 심장혈관외과 의료진이 '특발성 제한 심근병’을 앓고 있는 2세 소아(남)에게 ‘양심실 보조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 수술은 국내에서 소아를 대상으로 양쪽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첫 번째 인공심장 이식술로 기록됐다.

인공심장 이식술을 방은 환자는 2016년 7월 출생한 사내 아이로, 생후 3개월 경부터 눈에 띄게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 증세가 나타나면서 상태가 악화돼 지난 8월 말 세브란스병원에서 '특발성 제한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특발성 제한 심근병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가능케 하는 심장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굳어지는 병으로, 현재까지 약물치료로는 조절이 안 돼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이 환아도 심장이식 기증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경 환아가 패혈증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지면서 위험한 고비를 한차례 넘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장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감염질환이 발생할 경우 환아의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결국,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고 수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환아의 심장을 대체할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을 시행키로 결정하고, 지난달 성공적으로 이식술을 마쳤다.

이번에 소아를 대상으로 인공심장 이식술이 가능했던 건 작년 11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심실보조장치 제품의 수입허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하트(Berlin Heart GmbH)사가 개발한 이 심실보조장치는 소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으로, 다양한 사이즈의 펌프 및 캐뉼라(주입관)를 지원한다.

작년 11월 이 제품의 수입 허가가 난 이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술을 시행한 것이다. 

박영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소아 심장이식은 길게는 수년이상의 대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양심실보조장치 이식을 통해 환아의 전신 건강을 유지하면서 성장기의  정상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향후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서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아 심장병에 심실보조장치 건강보험 적용해도 추가 재정부담 크지 않아"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도 인공심장 이식이 가능해진 건 다행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이 장치의 비용이 상당히 고가라는 점이다.

베를린하트사는 국내에 이 장치를 공급하면서 3개월, 6개월 단위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구매해서 사용할 경우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소아용 체외 심실보조장치

베를린하트사의 소아용 단일 심실보조장치 임대료로 캐뉼라와 펌프 등의 소모품 비용을 포함해 3개월에 9,000만원, 6개월에 1억 3,000만원을 책정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수술받은 2세 소아에게는 양심실보조장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소모품과 장비 임대비용이 1억 5,000여만원에 달한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안 되기 때문에 전액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병원은 환자진료 지원금과 외부 후원기금을 연계해 심실보조장치 임대료의 상당부분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환자의 부모도 간병 때문에 실직한 상태라 앞으로 발생할 추가적인 비용부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게다가 소아에게 심실보조장치를 이식하는 건 영구적인 치료가 아니라 심장이식이 가능할 때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이다. 이후 심장이식 기증자가 나타나면 다시 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럴 경우 환자 보호자는  심장이식 수술과 이후 심장재활을 위한 진료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심실보조장치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절실하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그동안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심실보조장치가 없었는데 작년 말 해당 제품이 허가를 받으면서 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이식술을 시행한 것"이라며 "심실보조장치는 병원 입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심장병 환아를 둔 부모에게는 너무 큰 비용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 이 장치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을 계기로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소아 환자나 가족을 위해 이보다 더 절실한 복지정책이 뭐가 있을까 싶다.  앞으로 관련 학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급여화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심실보조장치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더라도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소아 심장병 환아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양지혁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 이뤄지는 소아 심장이식은 연간 10건도 채 안된다. 심장이식은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의 기증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기증자를 찾기가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소아 심장병 환아들 중에는 심장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성인 심장병 환자들은 인공심장이나 에크모를 달고 있다가 기증자가 나타나면 이식수술을 받으면 되는데 소아의 경우 에크모 장치도 달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때문에 심실보조장치가 필요한 소아 심장병 환아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급여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실보조장치를 민간병원이 구입해 운영할 경우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전국의 공공병원 2~3곳 정도에 도입해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한국선성성심장병환우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소아에게 사용하는 심실보조장치의 펌퓨나 캐뉼라 등의 소모품 비용은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고, 주요 장비는 병원에서 구매하고 사용료를 의료보험에서 지급받는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소아 심장병 환우 중에서 심실보조장치가 필요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병원에 이 장치를 운영할 필요는 없다"며 "전국의 주요 국공립병원 2~3곳에 10개 정도만 설치하고 필요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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