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바닥나면서 수술 무기한 연기...환자단체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횡포"

지난 2017년 9월 23일,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주최한 소백산 등반에 참여한 심장병 환아들.
지난 2017년 9월 23일,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주최한 소백산 등반에 참여한 심장병 환아들.

[라포르시안] 환자단체가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필수적인 인조혈관의 공급을 중단한 미국 고어(Gore)사의 조치를 강력히 성토했다.

앞서 고어사는 자사가 독점공급하는 인조혈관의 한국내 건강보험 상한 가격이 낮아 이윤이 적고,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더 이상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7년 9월 한국법인인 (주)고어코리아의 메디컬사업부를 철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받은 허가도 취소했다.

이 때문에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필수적인 인조혈관의 공급이 중단됐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주도적으로 해오던 세종병원·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부산대병원·경북대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고어 사에서 해당 제품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인조혈관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나면서 선천성 심장병 환아의 수술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in터뷰] “저수가 정책과 돈벌이 눈 먼 기업이 심장병 환아를 죽음으로 내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확보하고 있던 인조혈관 재고가 소진되면서 선천성 심장기형인 '단심실' 환아에게 시행하는 폰탄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암시민연대, 대한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의 환자단체는 8일 성명을 내고 "인조혈관의 공급을 중단시켜 환아들의 생명을 사지로 몰고 있는 고어 사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특히 보건당국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조혈관 공급 재개를 위해 건가보험 상한가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고어 측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고어 사가 인조혈관 공급을 중단하자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 수술에 꼭 필요한 희소·필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상한 가격을 인상해 주는 별도 관리 기준까지 마련해 작년 9월 고시했다.

식약처도 지난 2월 대체 수입업체를 선정해 고어 사가 취소한 인조혈관의 수입허가를 완료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 가격으로 선천성 심장병 환아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단체는 "매년 폰탄수술을 받는 약 40여명의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에게 고어 사의 인조혈관은 생명줄과도 같다"며 "환아들의 생명이 백척간두에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고어 사가 해야 할 일은 인조혈관의 신속한 공급 재개"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만일 인조혈관의 공급 재개를 지체하거나 거부할 경우에는 전 세계 환자단체와 연대해 고어 사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인조혈관 공급 중단 횡포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복지부와 식약처, 국회에서는 대체제가 없으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치료재료를 공급 독점하는 제조사가 공급 거부나 중단의 방법으로 환자의 접근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입법적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7일 관련 해명자료를 내고 "그동안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등과 인조혈관 제품의 안정적 국내 공급방안을 논의해왔다"며 "신속한 국내 공급을 위해 고어코리아가 아닌 대체 수입업체를 선정해 해당제품의 수입허가를 완료했고, 주한미국대사, 주미식약관을 통해 해당 제품 국내 공급재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고어사는 현재까지 해당 제품의 국내공급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는 상태"라며 "고어사의 소아용 심장병 인공혈관의 신속한 국내 공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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