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따른 진료차질 기약 없이 장기화
정부 "비상진료체계 잘 작동한다" 판단
의료현장서 환자들 느끼는 불안감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
"40일째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 환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엄청난 위협"

[라포르시안] 의과대학 입원정원 확대에 반발하면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상황이 4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입학정원 증원분 2000명을 대학별로 배정하면서 의대증원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전공의 인력이 빠진 대형병원은 진료와 수술, 검사 등 환자 진료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외래진료를 축소하고, 신규 입원환자를 받지 않고, 수술이나 검사도 최소하는 방식으로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갔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의가 빠졌을 뿐인데 난리다. 대형병원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인력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체 의료진 중 전공의 비율이 40%가 넘는 병원이 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 간 그게 '정상'이고 값싼 의사노동력을 활용해 병원 규모를 키우는 게 '경쟁력'인 것처럼 운영해왔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의대 교수와 간호사 등의 인력으로 메우면서 버텼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서 남아있는 의료진도 지나친 업무부담으로 탈진 상태다. 의대 교수들마저 최근 들어 사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대형병원은 외래진료, 수술, 검사, 입원환자 등 진료실적이 급감하면서 경영 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병동을 폐쇄하고 의사 직군 이외에 다른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강제하다시피 하면서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곳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치료나 검사가 취소되거나 기약없이 늦춰진 중증환자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가 매일 하는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비상진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발표하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것과는 동떨어진 판단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나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사단체 모두 외래진료나 입원, 수술이 미뤄진 중증환자와 그 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와 절망감을 느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발표나 의사집단의 입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진료지연에 따른 고통과 불안에 대한 공감이나 의료공백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실질적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인식하면서 분노는 증폭되고 있다. 전공의 공백 속에서 비상진료체계를 책임져온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행렬에 동참하자 환자들은 불안과 우려를 넘어 의료체계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감정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월 27일 기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2,937명이고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7,126명으로 평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했다. 

진료와 치료, 수술을 예약했던 환자들은 병원의 기다려 달라는 말과, 다른 병원을 알아보셔야 한다는 말에 지쳤다...

암환자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현재 전공의 이탈에 따라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만 보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라며 "말기신부전 환자가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쫓겨나는 등 의료현장에서 이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지금 의료전달 체계가 원만히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나 3차 병원의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있는 이야기를 중증 환자들과 국민에게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 이후 많은 중증환자가 입원 거부를 당하고 쫒겨나는 일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더 이상 중증 환자들은 버틸 힘도 생명의 연장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기회를 놓쳐 버렸다"며 "최소한의 응급,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생명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의료체계와 대안을 만들어 놓고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환자 안전에 대한 신뢰할수 있고 실효적인 조치와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냈다. 

환자단체연합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환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전공의 및 교수 집단사직으로 인해 40일째 이어져 오고 있는 현재의 사태는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으로 싸우는 것만으로 벅찬 증증환자들에게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등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다수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때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서라도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