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수(의료기기산업혁신연구회 산업이사)

[라포르시안] 인공지능(AI)·챗GPT·딥러닝 등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의료기기 출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이기는 하지만 보험 급여도 일정 부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의료제품 특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기기 산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경우 기존 의료 장비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 제품 출시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다 보니 기존 임상을 통한 입증보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제품 안전성을 검사하고 사후관리에 집중해 제품에 대한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책 방향성에 동의하고 산업으로서 발전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자율성을 준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산업적 가치 측면에서 국제조화나 향후 보다 나은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다. 디지털 의료기기에 관한 여러 보완점 중 아직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방향과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분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여전히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보안에 대한 확실한 보장 방법이 없는 제도 운영의 우선 적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 민감 정보에 대한 비밀보장책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사회적인 신뢰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료기기 산업계에서도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부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다하게 제한된 개인 정보 규제가 제품개발의 제한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정보 논란에 대해 시민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일부 학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임상 등 단계에서 정보에 대한 운영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검토기관을 두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국제조화를 대비한 공개된 인증 방법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AI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고 이에 따른 규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등에서도 인공지능 분과장을 역임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모든 역량을 국제조화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우리만의 벽을 쌓고 나간다면 결국 유럽과 미국 간 격차가 커지고 추후 그 격차를 줄이는데 또 다른 노력과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조화는 의료기기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없다. 정부와 협력해 각종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높여야 가능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우리나라가 AI 허브로서 각종 규제 관련 국제회의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고, 여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 기관을 초빙해 많은 의견을 나눠야 한다. 

셋째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제품이 출시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제 일부 제품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되고 세금이 투입된다. 그렇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돼야 할 것이다. 디지털 의료기기가 도입됐는데 비용만 늘어난다든지 진료나 진단 단계만 늘어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서 필요한 제품이 출시돼야 하고 이를 통해 충분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보건의료 정책상 필요한 부분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활용 방안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즉, 길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노령화로 인한 돌봄과 재택 치료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거리 혹은 비대면 방법으로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들 제품이 국제화·신뢰성·유용성을 갖출 때 보건의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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