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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중심이다] 간병 문제 해결이 탈모보다 더 먼저다강주성(간병시민연대 활동가)

[라포르시안]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신부전으로 병원에 38일간 입원해 있으면서 직접 보고 느꼈던 간병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출입도 불허된 상태로 꼬박 38일을 같이 있으면서 함께 고생한 아내가 듣고 본 것까지 모아서 병원의 간병 실태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노노 간병 = 아내가 탕비실 정수기 꼭지에 물병을 대고 물을 받는데 옆에는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눈이 어둡고 정수기 사용법을 몰라 어쩔줄 모르는 할머니를 보고는 아내가 대신 물을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물 한 병을 다 받고는 "할머니, 다 받았어요"하고 물병을 건네는데 이 할머니의 허리가 완전히 90도로 굽어 있다. 앞에서 할머니를 보니 적어도 85세는 넘어 보였고 90이 넘었다고 해도 믿을 모습이다. 그런데 차림을 보니 환자복이 아니라 일반 옷차림. 보호자가 아니면 입원병동에는 들어올 수 없으니 의료인이 아닌 이상 보호자인 게다.  보호자?  그렇다. 환자 간병을 하는 가족인 게다. 물병을 아내가 건네니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굽은 허리를 더 수그리신다. 

"할머니, 누구 간병하러 오셨어요?" 하고 물으니 자기는 60이 다된 당신 딸래미 간병 때문에 왔단다. 이 할머니가 간병을 받아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거꾸로 간병을 한단다. 대각선으로 맞은편 침대의 할아버지는 82세인데 77세 할머니가 간병을 하고, 앞 침대 할아버지는 80인데 75세 할어니가 간병을 한다. 돌봄이 필요해 보이는 노인이 병원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오히려 가족을 돌본다. 이런 기막힌 현실은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필수 의료를 이런 식으로 지탱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 7위란다.

강주성 활동가가 병상에서 간병국가책임제 실현을 요구하는 문구를 들고 찍은 사진.

청년 간병 = 내 옆의 병상은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3명의 환자가 왔다 갔는데 그 중 두 명이 딸과 아들이 간병을 위해 와 있었다. 31살된 딸은 며칠 직장에 휴가를 내서 왔다가 어머니와 교대를 했다. 아들 간병인은 일주일 이상을 계속 있었는데 직장이 있는지 없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야 부모 간병을 하는 것만으로도 젊은 사람이 대견하다고 하지만 그건 십중팔구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일 게다.

그 예전에 자식이며 며느리며 친척까지 돌아가며 간병을 했던 대가족시대는 이미 해체된지 오래고. 핵가족도 지금은 급기야 개별 가족의 각자도생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부모 자식 관계는 어찌 할 수 없으니 부모가 아프면 그 부담은 부모가 넉넉한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자식인 후대의 몫으로 떠안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있는 것은 다 날려서 결국 신불자가 되고 젊은 청년이 파산하는 현실은 작년에 오랜 기간 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다가 아버지를 굶어 죽게 한 청년 강도영의 간병살인으로 나타난다. 우리 자식들도 필히 맞딱뜨려야 할 일이다.  미래를 저당잡힌 청년 간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래서 우리 세대의 책무다. 

고용 간병 = 앞 침대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나이 80에 항암치료와 투석을 같이 하던 환자였다.  간병인 소개 업체를 통해 구한 67세의 중국동포 간병인을 구했는데 하루에 12만원을 줬다. 병원비 빼고 간병비만 한달에  360만원인데 이것을 아들이 낸다고 했다. 그 액수는 우리네 사람들의 일반적인 벌이로는 감당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환자 역시 업체를 통해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그 환자는 하루에 13만원을 준다고 했다. 간병비만 400만원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오늘날의 긴 병이란 파산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질곡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환자가 죽는 것이다. 입원해 있을 때 위의 첫번째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은 슬퍼했을까? 아니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환자·가족·간병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 = 병실 앞 간호 데스크 앞에는 간병인 소개 업체의 광고물이 놓여 있다. 대여섯개 업체의 연락처와 각 업체의 간병비용이 적혀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이전에 9만원이나 10만원 정도였던 간병비가 최근에는 보통 12만, 13만원으로 올랐다. 전체 국내 간병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동포 간병인들이 중국으로 많이 돌아간 후 다시 나오는 게 어려워졌다. 게다가 병원이 감염 문제로 면회 등 가족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줄면서 생긴 결과다.

간병인들은 24시간 환자 옆에 붙어 있는다. 환자나 가족이 간병비로 지출하는 돈이 어마하겠지만 간병인들이 24시간 일하는 것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8시간씩 자르면 평균133만원을 버는 꼴이다. 그래서 내 앞의 간병인 아주머니는 "우리 아니면 한국 사람들은 이 일 못해"라고 당당히 대놓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돈을 받고 일하는 그들은 행복할까? 중증 환자는 하루에도 열댓번 똥오줌을 받아내야 하고 쪽잠을 자며 밥 먹을 장소나 빨래할 장소도 변변치 않아서 탕비실이나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며 한도 끝도 없이 있어야 한다.  그 간병인들조차도 최하 60세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인데, 그들 말로는 "이거 하다가 골병 다 들었다"고 한다.

간병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내 앞의 간병인은 할아버지가 밥을 잘 안드시면 마구 혼을 낸다, 저녁 때가 되면 간병인들 모여서 텔레비전의 드라마 보러 병실을 나간다.종종 자신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말도 잘 못하는 노인네 환자에게 푼다. 이런 것을 보호자는 알 길이 없다. 돈은 돈대로 지불하면서도 환ㅈ와 가족, 간병인 모두가 불행한 것이다.

제도가 없이 온전히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 짐을 떠안기고  우리들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이렇게 보냈다. 하지만 이제 제도를 만들고 이런 상황을 끝내야 할 때가 됐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으로 수십만 원씩 주고, 자영업자들에게 수백만 원도 주는 나라이지 않은가?  나라가 세금 걷어서 이런 곳에 안쓰면 도대체 어디다 쓰겠다는 말인가? 간병 문제 해결은 이제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등장했다. 국민 전체에게는 아무리 그래도 간병 문제 해결이 탈모보다 더 먼저고 더 중요하다.

▲강주성은? -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건강권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지금은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로 간병 문제제도화를 위한 운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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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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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22-02-09 11:31:38

    적극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과 건강권이라는 기본권을 생각할 때 간병 문제는 국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사회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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