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의사노조 설립 추진…美 산별노조 형태·獨 타직역과 연대교섭체 결성

지난달 28일 열린 전공의 결의대회에서 의사노조 필요성을 설명하는 노환규 회장.

대한의사협회의 의사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전공의 노조'란 조직이 지난 2006년부터 설립·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수련병원 전공의라는 신분의 특성상 노조로서 제대로 된 활동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사노조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를 대상으로 한  '봉직의 노조'인 셈이다. 전국 단위의 의사노조를 두고 그 산하에 각 직능과 직역별 노조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노조 가입 대상은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이라며 "대형병원에 고용된 의사,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의사노조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외국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의 의사노조는 1972년에 조직된 '미국의사치과의사노동조합(UAPD; Union of American Physicians and Dentist)'이다.UAPD는 현재 미국 내 최대 노조연합체인 AFL-CIO에 산별노조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의사들에 한해 '노동조합법'(US labour laws)에 따라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봉직의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체 의사들의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미국은 소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와 같은 1차진료 의사들의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어 단체 활동을 하지만 노조 활동이라고는 볼 수는 없고 우리나라보다 개원의 비율이 높아 노조 가입률이 높지 않다”며 “미국과 우리 의 의료계 상황이 달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UAPD 홈페이지 초기 화면.

일본의 경우1957년 결성된 ‘일본의료노동조합연합회’가 운영되고 있다. 의노련은 산하 조합원 수가 17만5,000명에 달하며, 국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활동 취지가 비슷한 조직이다. 

의노련은 의료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 실태에 준한 임금 인상 뿐 아니라 의료기관 통폐합·축소 반대, 지역의료·복지의 확충에 대한 사안도 요구하고 있으며 의사는 약 3,000여명 정도 가입돼 있다.   또 전국일본국립의료노동조합에도 소수의 의사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일본의 경우 의사협회 차원에서 먼저 일상적 활동을 통해 의사들의 발언권을 강화해 왔다”며 “의노련 회원 중 의사는 3천 명에 불과하지만 평소 집회 활동이나 대정부 활동을 함께하며 의료공공성 실현에 중점을 두고 적극적 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의사노조(marburger bund)는 1950년 사무직노조와 연대교섭체를 구성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 2005년에 별도 교섭체를 마련하고 이듬해 전국 대학병원 소속 2만2,0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주 42시간 기준근로시간제 채택, 호출진료서비스에 관한 규정 신설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에 돌입해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독일처럼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의사노조로 출범하기 보다 다른 직역의 노조와 연대교섭체를 구성해 활동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이주호 단장은 “의사노조가 독자적으로 설립해 출발하는 것보다 보건노조 산하에서 활동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며 “일본처럼 의사회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활동을 우선으로 하고 산별노조로 운영하는 것이 국민의 반감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협 송형곤 공보이사는 “이미 설립된 전공의 노조가 하반기부터 뚜렷한 활동을 시작한다면 그것을 기점으로 의사노조의 설립 방향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전국적 단위의 의사노조를 개별 단체로 설립할지, 산별노조 형태로 운영할지 등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