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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요양병원을 국민의료비 잠식하는 '블랙홀'인양 왜곡"김덕진(한국만성기의료협회 회장, 前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진료비 폭증이 건강보험 재정의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엄청나게 증가한 요양병원과 이로 말미암은 입원환자의 진료비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요양병원 수는 2005년 20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988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 1,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졌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1,251억원에서 1조 6,262억원으로 1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 입원진료비 증가율(2.2배)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폭증하는 노인의료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요양기관 기능 재정립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은 요양병원 진료비 급증 등에 대응하기 위한 '노인의료비 대책 TFT'를 꾸렸다고 한다. 그러자 요양병원계는 정부가 또다시 노인진료비 증가문제를 요양병원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며 발끈하고 있다. 과연 뭐가 문제일까.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 희연병원 이사장)으로부터 요양병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과잉공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인요양병상 과잉공급 현상이 초래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마디로 정부의 지역별 병상 수급조절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지역별 병상수급 조절을 목적으로 한 ‘병상 수급계획의 수립 및 조정에 관한 규칙’을 공포한 바 있지만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방관한 것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 

-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일당정액수가로 인해 적정 의료 인력과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은 되레 손해를 보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부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만 득을 보는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야 하나.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수가제는 2005년 시범사업을 거쳐 검증된 질병군에 따른 정액수가를 외면하고 2008년 미국의 너싱홈에서 적용하는 ‘자원소모량’ 기준의 이상한 수가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간호사 등 전문인력은 상대적으로 재원기간이 길어지는 요양병원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적 결함으로 의료가 왜곡되는 기현상이 벌여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가제도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차선책으로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요양병원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 현재 요양병원들의 경영난과 인력난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일당정액수가제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이 높은 요양병원은 의료인 등 종사자들의 인건비 지급에 급급한 실정이다. 인력난도 극심해 간호사를 확보하지 못한 요양병원들이 간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숱하다.”    

- 건강보험공단이 요양병원의 진료비 급증 등 노인의료비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노인의료비 TFT'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건강보험공단의 통계 왜곡 행태는 보험자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는 우리나라의 노인의료비는 당연히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은 전체 의료비의 6% 밖에 점유하지 않는 요양병원 진료비를 마치 국민 의료비를 잠식하는 ‘블랙홀’인양 호도하고 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여론을 호도해 요양병원을 향해 대대적인 칼질을 하기위한 전 단계로 보인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문제를 겪은 일본의 자료 등을 분석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 간병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2009년부터 관련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통해 간병비 지원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병원 간병비 지급’에 대한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정부는 재정 투입 없는 억지논리로 시민단체, 환자단체, 공급자 단체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도 간병비 지원에 대한 국민적 욕구와 전체 간병수요의 96%가 요양병원에 집중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 국내 요양병원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본형 노인의료-복지 복합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노인의료-복지 복합체’가 국내 요양병원들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수 있나.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의료-복지 복합체로 연속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체계란 점은 분명하다.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도 보여지 듯 우리나라도 곧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제도가 수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공급자 또한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 할 것이라 여겨진다.”  

-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노인의료비 지출 억제 효과가 없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나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것처럼 '급성기병상 → 요양병원 → 요양시설'로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그런가.

“사실이다. 이런 구조 자체는 노인의료비 문제를 앞서 경험한 세계 각국의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기 병상에서 만성기 요양병상까지는 유기적인 흐름이 구축되고 있으나 요양병원에서 요양시설 또는 재가시설로의 흐름은 장기요양보험법상 제도적 문제 때문에 차단되고 있다.”     

- 작년부터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치매환자 등에 대한 ‘신체 억제 제로 운동’을 주도해 왔다. 어느 정도 성과를 봤나. 

“1년 전 ‘신체구속폐지 한국선언’을 백범기념관에서 가졌다. 그 후 약 30개 요양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간 존엄성 확립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희연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와 요양원 입소자 중 단 한 명도 사지가 묶인 환자가 없다.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매뉴얼을 발간해 전국 병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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