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희연의료재단 희연병원 이사장, 한국만성기의료협회 회장)

[라포르시안] 경남 창원에 있는 의료법인 희연의료재단 희연병원은 여러 모로 독특한 병원이다. 노인의료와 재활의료 분야에 특화된 희연병원은 국내 요양병원의 이상적인 롤모델로 꼽힌다. 희연병원은 지난 2011년 국내 병원 중 최초로 환자의 손과 발을 묶지 않는 '신체구속 폐지'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입원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는 것을 의료사고 수준으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욕창 신규 발생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재활치료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자원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4명과 물리·작업치료사 130명이 주말이나 명절도 상관없이 365일 내내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추신경계 재활센터와 로봇재활 치료실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를 위한 의료형 피트니스센터까지 열었다.

희연병원의 이런 시스템이 특별한 건 추구하는 가치 때문이다. 이 병원은 환자가 입원하는 순간부터 조기퇴원을 목표로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희연병원은 환자의 조기퇴원을 가장 큰 목표에 두고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를 대할 때 희연병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익숙하고 정든 가정으로 조기복귀'이다. 

환자의 조기 퇴원뿐만 아니라 퇴원 이후 삶의 질에도 관심을 갖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병원 내에 지역연계실을 두고 환자가 퇴원 이후 필요로 하는 각종 복지서비스를 파악해 지자체나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연계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보건복지 분야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을 희연병원은 훨씬 전부터 도입·운영해온 셈이다. 커뮤니티 케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희연병원은 '의료·복지복합체'에 관심을 갖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 퇴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통합볼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노인의료와 재활치료에 대한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희연병원이 일찍부터 커뮤니티 케어(의료·복지복합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1992년 우리나라 첫 노인전문병원을 설립해 실패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사회적 배경, 기본적 의식, 애로등을 파악하는데 소홀함을 알게 되어 그걸 찾게 되었다. 그 당시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을 파악해 본 결과 소외로 인한 외로움, 경제적 궁핍, 질병에 따른 고통이라는 세 가지 절박함을 이해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속성을 유지하는 ‘의료·복지 복합체’라는 정의를 일본의 도서에서 알게 돼 노인의료와 복지의 분절을 허무는 것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 희연병원의 ‘의료·복지 복합체’는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나. 

“의료와 복지의 연결고리로 지난 2001년 간호사를 책임자로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지역연계실을 병원 안에 설치했자. 지역연계실은 3차병원에서의 환자 유입, 재원기간 동안 상담과 불편해소, 퇴원선 알선을 통한 가정으로 복귀했을 때 지역사회에서의 예방활동,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안내 등 의료와 복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 커뮤니티 케어를 구현하려면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한 가정으로 복귀(퇴원) 지원이 중요한데, 의료서비스와 생활지원, 주택 등이 일체적으로 제공되는 포괄 지원을 어떻게 구현했나.

“아직까지는 지역사회의 인프라 자체가 매우 취약하고 지자체와의 연계도 용이하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법인 ‘희연’에서 방문간호, 방문요양, 주야간 보호등 재가서비스와 입소 서비스인 요양원을 운용해 병원 퇴원환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연계하고 있다. 퇴원환자의 와상방지를 위해 주택개보수팀을 꾸려 계단과 손잡이 등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한 시설개보수 사업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요건을 충족하고 필요한 분에게는 장애인 돌보미 사업도 연계하고 있다.”

- 거주할 집이나 돌볼 가족이 없는 환자에게는 퇴원 후 어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나. 희연병원의 지역연계실은 다른 병원의 사회복지팀과 어떤 차이가 있나.

“가족이 없는 환자는 지역사회 해당 관활 지자체 담당 의료급여 관리사와 연계해 요양원, 양로원, 그룹홈 등을 연결한다. 자립이 가능한 환자가 거주지가 없는 경우 전세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월세주택등을 지자체 의료급여관리사와 논의해 해소하고 있다. 또한 퇴원 전 장기요양등급이나 장애등급을 취득하여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서비스가 연계되도록 하고 자택퇴원 컨퍼런스, 퇴원 후 모니터링을 통해 퇴원 후 생활 방법을 교육하는 등 지역사회로 복귀 후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끔 최대한 돕고 있다."
 
-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가 부족하면 병원에서 환자의 퇴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것 같은데, 희연병원이 있는 창원의 상황은 어떤가. 퇴원환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자체와의 연계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나.

"퇴원을 거부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 거주지가 없거나 돌봄을 제공할 가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가족이 있더라도 사정상 돌봄을 제공할 사정이 안되거나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클 때가 많다. 의료급여 대상인 입원환자의 경우 월 6~7만원 수준의 저렴한 식대 본인부담금만 내다가 퇴원을 하면 각종 부대경비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급비로는 생활비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가 부족하면 당연히 퇴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하지만 병원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관공서와 협업해 퇴원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연병원은 소속 행정기관인 성산구청과 민원센터등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약물오남용 교육, 관절질환예방 스트레칭법, 동 하절기 건강관리법, 응급처치법 등 다양한 주민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담당 의료급여관리사와 수시로 연락해 관내 대상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퇴원처를 마련하는데 양 기관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

- 재활환자의 퇴원 후 주택 개보수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병원의 갖춰진 시설 안에서만 적극적인 재활 훈련을 한 환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계단의 높이, 문턱, 미끄러운 화장실, 안전바 미설치 등 예사로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집안 곳곳의 장소들이 재활 환자를 위험에 빠뜨려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다시 와상상태로 돌아가 재입원을 오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어떻해 하면 집에서도 보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2013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퇴원환자 주택 개보수’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재활환자가 퇴원 후 보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택 내·외부의 장애요소를 파악, 보수해주는 제도다.

희연병원의 '주택 개보수팀'.
희연병원의 '주택 개보수팀'.

주택 개보수팀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시설기사 등 4개의 직종으로 구성돼 있다. 물리치료사는 마비 측에 따른 체위변경 및 이동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여 주택의 구조를 제안하고, 작업치료사는 기능적 일상생활동작 측면에서의 정보를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는 전반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정보를 제공·공유한다. 이렇게 취합된 내용을 바탕으로 시설기사들이 시공에 착수하게 되며, 자재비용을 제외하고 전면 무료로 진행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 내용 중 4대 핵심요소별 중점 추진과제에 어르신 맞춤형 주거 지원인프라 대폭 확충 - 주택 개조(집수리)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희연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나 운영 방식은 급성기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박리다매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존 병원 경영과 많은 차이가 난다. 희연병원의 ‘의료·복지복합체’ 모델이 향후 병원들이 나아갈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나.

"희연병원은 ‘모든 이의 삶에 대한 존경’을 기본 이념으로 삼아 인간존엄성 확립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덕분에 병원은 성장을 매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혼재돼 있고 병상이 지나치게 과잉공급돼 있다는 데 있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면서 저수가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박리다매'라는 말이 엄연한 현실이지 않나.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에서 의료자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급성기 병원으로 유입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입원 환자나 경증 환자들은 퇴원처를 마련해 적절한 곳에서 치료나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의료기관 간, 의료기관과 요양병원 간, 요양병원과 지역사회 간 등의 분절이 아닌 연계시스템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의료복지복합체를 구성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도 복합체모델을 만들고 자리잡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희연병원 재활병동 내부 모습.
희연병원 재활병동 내부 모습.

- 보건복지부는 최근 마련한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선 방안'을 통해 요양병원의 의료기능은 강화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막는 쪽으로 수가체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동일한 법인 또는 관련 법인과 함께 각종 보건·복지 시설을 통합한 노인의료 토탈서비스 기관을 개설해 정신건강, 사회복지, 그룹홈 등의 관련 서비스를 네트워크 내에서 모두 제공하는 모델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면 희연병원이 바로 그런 모델인 것 같다.

"요양병원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인간의 삶에 질에 대해 고심하는 병원도 의외로 많다. 양질의 요양병원들이 커뮤니티 케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구조로 흘러가길 기대하고 있다. 제도나 정부 정책, 수가만을 생각하고 바라볼 게 아니라 환자나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희연병원이 추진하는 지역연계실 운용, 신체구속 제로, 욕창발생 제로, 365일 재활, 팀 어퍼로치, 32종의 식사제공, 치료사에 의한 환자 이동, 치위생사의 구강케어, 환자용 피트니스 센터 설치, 케어 메니저 상근 등과 같은 사례는 정부 정책이나 제도보다는 먼저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시행한 것이다. 우리가 시행해 정부의 정책을 이끌어내면 되고, 실제로 (정부 정책보다)5년 내지 10년 정도 먼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부의 요양병원 수가체계 개선 방향은 바람직한 시도로 생각하고 지지한다. 특히 복지부 공무원들이 의료현장에 대해서 이해하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긍정적인 정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커뮤니티 케어 측면에서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사회 연계 서비스는.

"자택으로 복귀하는 환자 중에는 돌봄제공자의 사정이나 독거 등 개인적 사정으로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금과 같은 3~4시간의 방문요양, 8시간 전후의 주간보호로는 당연히 돌봄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보완해 보호자가 희망할 때는 이용시간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 안심하고 자택에서 머무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다. 빈곤층 입원의 경우 퇴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이 되더라도 정작 퇴원후 거주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와 연계해 거주지를 지원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퇴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식사지원(도시락제공), 이동수단 제공 등 환자가 필요로하는 서비스는 언제든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거점을 마련하고 퇴원환자가 이용가능한 서비스를 안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뭔가.

"커뮤니티 케어의 목적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이다. 지금은 표준이용계획서라는 컴퓨터가 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다. 이용자 본인의 생활상황이나 신체적 조건등은 고려 대상이 아닌 듯 하다. 그 사람에 맞는, 그 사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케어메니저 제도'를 도입해 케어 플랜을 수립하고 종합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의료와 복지, 지역사회 돌봄을 통합해서 연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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