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증진기금서 내년도 원격의료제도화 지원금 등 대폭 늘려…“금연지원 등 건강증진사업 확대 미미”

[라포르시안] 흡연율을 낮춘다는 이유로 정부는 작년 1월부터 담뱃값을 갑당 2,000원씩 인상했다. 

담뱃갑 인상에 따라 한 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기존 354원에서 841원(궐련 기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건강증진부담금 수입은 2014년 약 1조6,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2조3,000억원, 2016년에는 2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흡연자로부터 거둬들인 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당연히 이 기금은 흡연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사업과 보건교육 등의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금연사업, 건강증진사업, 보건교육, 보건의료 조사·연구, 질병의 예방·검진·관리, 암치료, 국민영양관리, 구강건강관리, 공공의료 시설․장비 확충 등의 용도로만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 감소 효과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과 함께 담배 판매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이용한 금연지원사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 정부 주장을 못 믿는 이유>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안 약 3조2,927억원 가운데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용도로 약 1,480억원을 편성했다.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부담금(약 1조,9,93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2,900여억원 중에서 흡연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직접 사용되는 예산은 쥐꼬리만큼 편성한 셈이다. 

201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중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주요 증액사업. 표 출처: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

더 큰 문제는 건강증진기금 설치 목적과 맞지 않는 '보건산업육성' 사업의 예산 편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한 사업 중 '의료기관 진료정보교류 기반 구축' 지원예산으로 33억5,000만원을, '원격의료제도화 기반구축' 지원예산으로 25억7,200만원을 편성했다.

의료기관 진료정보교류 기반 구축은 원격의료 등 ICT 융합 기반의 의료서비스 창출을 목표로 오는 2018년까지 전국 병의원 간 진료정보 교류시스템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복지부는 2016년에도 의료기관 진료정보교류 기반 구축 지원예산으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10억9,900만원을 지원했으며, 내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약 22억원(204.8%)이나 증액했다.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한 조사 연구와 평가, 디지털헬스케어(해외원격의료) 진출 지원, 의료IT 혁신센터 설치 등을 추진하는 사업 예산도 2016년에는 10억5,500만원에서 2017년에는 25억7,200만원으로 약 15억원(143.8%)을 늘렸다. 특히 원격의료제도화 기반구축 지원액은 2015년 3억5,000만원에서 2년 만에 7배나 증액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4일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충남 서산시 소재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수행하는 내년도 사업 가운데 이 두가지 사업의 예산 증액 폭이 가장 컸다. 반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는 8.4% 증액하는 데 그쳤다. 앞서부터 흡연자로부터 거둔 담배부담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해 원격의료 등의 보건의료산업 육성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특혜이고, 의료영리화를 촉진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해 이를 지원하는 건 더욱 부적절하다. <관련 기사: 정진엽 복지부장관의 새빨간 거짓말>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서도 "정부는 2015년 1월 담배부담금 인상으로 부담금 수입은 2014년 대비 2016년 1.3조원 증가했으나 증액분 사용처에 대해 살펴보면 금연사업과 예방접종 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건강증진사업의 확대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부족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매년 차입해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차입금은 2011년 700억원, 2012년 2,200억원, 2013년 3,386억원, 2015년 4,600억원, 2016년 3,000억원으로 지금까지 누적 차입금이 1조7,000억원을 넘는다.

재원이 부족해 차입 운영을 하면서 기금의 설치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엉뚱한 사업에 허투루 지원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건강증진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R&D,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과 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을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기금의 당초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부족으로 2011년부터 차입·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금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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