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자 1835명에 사망자 14명 발생…폭염으로 급성심정지 14%나 증가

[라포르시안] 작년 여름이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한 호흡기감염증으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겪었다면 올해 여름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8월 중순을 넘어서면서까지 이어지는 폭염으로 열사병과 열탈진 등의 온열질환자가 2,000명에 육박한 정도로 늘었고, 사망자도 10명을 넘었다. 게다가 폭염이 급성심정지로 인한 사망 위험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메르스 사태 때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5월23일~8월16일) 자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으로 발생신고가 된 온열질환자는 총 1,835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4명으로 늘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14명 가운데 11명은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7월 24일 이후부터 최근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동안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만 1,300명을 넘는다.

지난 2011년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구축된 이래 올해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발생잘소별 온열질환자 현황을 보면 실외가 1,444명, 실내가 39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집(177명)과 작업장(83명) 등의 실내에서도 온열질환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온열질환과 함께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만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건강취약층의 질병 악화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료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등의 건강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발생현황 통계에서 폭염에 취약한 환자군인 만성질환자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 수는 정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온열질환자 발생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초래되는 건강피해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한국에서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3,000명을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2009년 'CLIMATE RESEARCH' 저널에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된 바 있다.

폭염으로 인한 급성심정지가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연구팀은 국제심장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7월호에 게재한 연구논문을 통해 폭염으로 급성심정지가 무려 14%나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팀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의 급성심정지 환자 5만318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중 최고기온 28℃에서 급성심정지 발생이 가장 낮았으나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급성심정지 발생이 1.3%씩 증가했다.

특히 심혈관계가 취약한 이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급성심정지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체온이 올라가면 혈관을 확장해 땀을 배출시키는 데 넓어진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무리하게 되면서 급성심정지로 이어진다.

오세일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급성심정지는 10만 명당, 2006년 37.5명에서 2010년 46.8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이상신호를 느끼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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