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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뭉툭하고 거친 손을 가진 외과의사, 성남으로 가다조승연(성남시의료원 초대원장, 전 인천의료원장)

[라포르시안] 경기도 성남시는 묘한 지역이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대한민국의 '압축판'과 같은 공간이다. 본시가지인 수정구와 중원구, 그리고 신시가지인 분당구 간의 지역격차가 두드러지고, 각종 편의시설의 공급 불균형도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2003년 경영난을 이유로 성남시에서 단 세 개밖에 없던 종합병원 중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이 폐업한 이후 구시가지에는 3차의료기관 공백이 발생하면서 의료자원의 공급 불균형 문제가 지역의 현안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성남시의 통계자료를 보면 본시가지와 신시가지 간 의료자원의 지역격차가 상당히 심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성남시 본시가지인 수정구와 중원구의 인구는 약 47만명, 신시가지인 분당구는 약 50만명으로 비슷한 규모이다. 그러나 의료자원 분포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본시가지에는 종합병원이 2개뿐이지만 신시가지에는 4개의 종합병원이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도 본시가지에는 13개, 신시가지에는 23개, 의원급 의료기관은 본시가지가 303개, 신시가지가 392개 등으로 차이가 난다. 의료인력의 차이는 더 크다. 본시가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인력은 약 500여명에 불과한 반면 신시가지의 의사인력은 3,063명으로 6배 정도 차이가 났다.

2003년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의 폐업으로 수정구와 중원구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중앙병원 한 곳(2010년 11월 수정구의 '순천의료재단 정병원'이 종합병원으로 승격)뿐이었다. 당시 구시가지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중앙병원은 230병상 규모로 지역주민의 야간 응급의료 등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다. 반면 분당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 등의 종합병원 4개소가 운영되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런 이유로 성남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2003년 11월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 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통해 1만8,595명의 서명을 받아 2003년 12월 주민발의 조례를 접수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6년 3월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가 제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순탄치가 않았다. 성남시의회에서 시립병원 설립부지 문제로 논란이 일었고, 또한 대학병원 위탁 문제마저 불거졌다. 그렇게 딱 10년이 걸렸다. 2013년 11월 14일, 마침내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공식이 열렸다. 수정구 태평동의 옛 시청사 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시립의료원이 들어서게 된다. 20107년 말 개원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성남시가 지난 3월 초대 의료원장 공모를 한 결과, 조승연 전 인천의료원장이 선임됐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사태 이후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로 설립되는 공공병원이란 점에서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다. 지난달 29일 인천의료원장 퇴임식을 막 마친 조승연 초대원장을 만났다.


- 어떤 계기로 성남시립의료원장 공모에 지원하게 됐나.

=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조례가 제정된 이후 병원 설립이 구체화 되면서 초창기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인천의료원장 부임 이후 증축 공사도 잇따라 추진하면서 병원 신축에 대한 개념도 많이 쌓이고 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다 보니 성남시의료원이 추구해야 할 공공병원으로서의 모델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고, 주위의 권유도 받고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 ‘욕심’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그동안 꿈꿔왔던 공공병원의 역할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다. ‘욕심’의 지향점이 중요하다. 지난 2010년부터 인천의료원장을 맡아 오면서 여러 가지 한계를 많이 느꼈다.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그런 한계를 벗어난 공공병원 모델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립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동기에도 크게 공감이 갔고, 그 일을 달성하려면 도와줄 사람이 많이 필요할 테고. 작년 가을쯤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 성남시의료원이 한국의 공공의료 역사에서 갖는 위상이나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는데.

= 설립 추진 과정이나 배경을 보면 분명 그런 면이 있다. 외국의 공공병원을 보면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운영되는 사례가 많고, 실제로 후원도 많이 받는다. 그렇게 된 이유가 주민이 원해서 생긴 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세워진 병원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망하기 직전에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시민의 뜻에 따라 발의되고 통과된 '성남시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해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입지조건이 갖는 상징성이 남다르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할 때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을 다 녹여낼 수 있는 그런 조건을 갖췄다고 본다. <관련 기사: 성남시 ‘의료공백 10년’, 지역 공공병원 필요성 일깨우다>

- 공공병원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는 중요한 고려사항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특성을 생각하면 모든 걸 다 시민의 참여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없지 않나.

= 항상 두 가지 목표가 상충한다. 시민의 요구와 의료의 본질적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 그렇지만 시민은 똑똑하다. 분명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될 것이라고 믿는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 인천의료원에 있으면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 경험을 했을 텐데, 그 경험을 성남시의료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상당히 중요할 거 같다.

= 지난 6년 가까이 인천의료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목표했던 바의 50%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천의료원은 앞으로도 꾸준히 더 좋은 공공병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내부개혁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특히 직원들이 공공병원으로서 추구하는 목표와 성과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런 측면을 고려해 성남시의료원은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이 다함께 자발적으로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매진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부터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특히 공공병원을 통해 고용과 노동에 있어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표준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력 고용의 모범을 제시하고자 노조가 생기면 상호 파트너십을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또한 성남시의료원에서는 시민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인천의료원에서는 그런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시민참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회의밖에 하지 못한 것 같다. 인천의료원이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세워진 입지적인 한계점도 분명 있었다. 반면 성남시의료원은 옛 시청 자리에 세워지는 만큼 시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데 상당히 좋은 입지조건을 갖췄다. 시민 주도로 설립된 공공병원인 만큼 시민참여가 제대로 실현되는 그런 공공병원 모델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 성남시의료원은 수정구의 옛 시청 자리에 세워진다. 많은 지방의료원이 도심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 심지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그 건물을 청사로 활용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성남시의료원의 입지조건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큰 것 같다.

= 만약 다른 욕심이 있는 지자체장 같았으면 아마도 이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청사를 허물고 공공병원을 세우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에서는 공공병원이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을 보였고, 그러다 보니 시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곳에 병원을 세우는 일도 많았다. 산중턱이나 고속도로 옆에 세워진 공공병원도 있다. 과연 민간병원이라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세울 리가 있겠나. 반대로 공공병원은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세워도 괜찮은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 산중턱이나 고속도로 옆에 세워진 공공병원.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  

= 공공병원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다. 공공병원을 그저 지자체 행정의 실적과시를 위한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닐까 싶다.  <관련 기사: 산중턱, 허허벌판, 고속도로 옆 공공병원…“환자분, 당황하셨어요?”>

<외과의사인 조승연 원장의 손. 거칠고 투박하다. 수술 때문에 거친 솔과 소독약으로 손의 구석구석을 자주 씻어내다 보니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수술 중 베거나 찔려 잔상처가 생길 때도 많다. 인터뷰 도중 뭉툭해진 손 끝으로 플라스틱 테이크아웃컵 뚜껑을 여느라 애를 먹다가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인천의료원장 퇴임식이 있던 지난달 29일에도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의 퇴원조치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세워보고 싶은 공공병원 모델은 어떤 건가.

= 현재 전국의 지방의료원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남시의료원은 개원 준비 단계부터 직원의 복지나 처우, 공공의료 역할 강화를 위한 조직 구조 등에 있어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공공병원 운영의 교과서적인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의료서비스 부문에서 적정진료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얼마 전 경기도 부천의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파견근로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 노동자들을 진료하던 의사가 ‘직업력’만 물어봤더라면 금방 진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의료환경을 보면 의사가 환자에게 그런 걸 물어볼 시간이 없다. 고작 ‘어디가 아프세요?’정도이다. 미국에서는 초진환자의 경우 과거 병력은 기본이고 가족력부터 직업력까지 세세한 것까지 다 물어보고 기재하기 때문에 진료기록이 방대할 정도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그런 부분을 놓치고 있다. 의사가 환자 얼굴도 제대로 안보고 검사부터 하고 오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이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공공병원이라도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적정진료를 제공할 수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 공공병원만이라도 의료의 공공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환자를 상대로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데 경영상 어려움이 생기는 건 뭔가 모순이 아닌가.

= 분명 모순이다. 민간병원에서는 수가의 문제이고, 공공병원에서는 지원의 문제이다. 공공병원은 수가보다 국가의 지원으로 운영된다고 봐야 한다. 공공병원을 설립했을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예산을 투여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국민들이 공공병원에 투입된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의 의료 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본다면 정부가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공공병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사라지고 오로지 ‘각자도생’의 생존법칙만이 적용될 뿐이다

-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의 부재,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나.

=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늘리지 않고서는 일이 공공병원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참여정부 때 공공병원의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서 공공병원 현대화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공공병원 비율이 30% 이상이라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보건의료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의료가 본질적으로 지난 공공성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공공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인식이 부재한 역사나 마찬가지다.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국공립어린이집 등의 공공복지인프라가 전체의 5~10% 수준에 불과한 현실이 그것을 방증한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라는 타이틀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전시상황도 아니데….

-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의료계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인데.  

= 명예를 위한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처우가  현격히 좋은 것도 아니다. 고난의 길로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병원 설립부터 운영 초기에 안정적인 기반을 쌓아야 하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앞으로 1~2년은 환자 진료는 못하고 오로지 행정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데, 사실 두려운 생각도 많이 든다. 너무 큰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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