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준비 이끌어온 조승연 초대원장 갑작스런 사퇴...외부인사 경영 외압 등 의혹 불거져
지역 시민단체 "성남시, 의료원 상대로 실시한 감사보고서 공개해야"

현재 건립공사가 진행중인 성남시의료원 모습.
현재 건립공사가 진행중인 성남시의료원 모습.

[라포르시안] 국내 처음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세워지는 성남시의료원이 시공사 문제 등으로 몇 차례 공사 중단을 겪으면 개원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승연 초대 의료원장이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의료원 안팎에서는 외부인사의 경영개입 등으로 성남시의료원이 내홍을 겪고 있으며, 조승연 원장도 그 과정에서 벌어진 세력 다툼에 밀려 사퇴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성남시의료원장 사퇴로 또다시 개원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성남시에 따르면 조승연 초대 성남시의료원장이 최근 사임의사를 표명했고, 이달 15일자로 사퇴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6월 임명된 조승연 초대원장의 임기는 오는 2019년 5월까지로, 임기를 7개월 정도 남겨둔 상황이다. 

조 원장은 인천적십자병원과 인천의료원장을 지내면서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으며, 성남시의료원장 취임 이후에는 개원준비에 전력을 기울였다. <관련 기사: [The만나다] 뭉툭하고 거친 손을 가진 외과의사, 성남으로 가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시공사인 울트라건설의 경영상 문제로 계약해지로 한 차례 건설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새 시공사를 맡은 삼환기업이 201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공사가 중단돼 개원준비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게다가 2015년에는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과 소음·진동 문제로 법정분쟁이 생기면서 공사중단 되는 일도 있었다.

시공사 문제 등으로 공사중단이 잇따르면서 성남시의료원 개원 시기는 당초 2017년에서 몇 차례 연기됐고, 지금은 2019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개원준비를 지휘해온 조승연 원장이 물러날 경우 의료원 개원시기가 또다시 늦춰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갑용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과 과장은 "얼마 전에 조승연 원장이 사퇴서를 제출했고, 이번 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퇴서 수리가 완료되면 이달 15일부터 성남시의료원장은 공석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조승연 원장이 사임을 표명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15일자로 사퇴 처리가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 같은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최근 성남시의료원 원장이 사임을 표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성남시의료원은 민원제기와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등 총 4번이나 개원시기가 연기된 바 있는데 의료원 개원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의료원장 사임으로 성남시가 밝힌 2019년 10월 개원이 또 다시 연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특히 성남시가 의료원을 상대로 실시한 2차례의 감사결과를 근거로 의료원장 해임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명했다.

시민행동은 "작년부터 최근까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로부터 2차례 감사를 받았고, 감사보고서에서는 의료원 원장의 해임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며 "원장의 임명권자인 성남시장이 감사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원장을 교체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결과적으로 원장의 사임으로 개원준비가 또다시 늦어진다면 그 책임은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있다"며 "조기개원을 추진하면서 원장을 교체해야 할 만큼 성남시의료원에 명백한 부정과 오류가 있었다면 그 사유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성남시가 올해 초 1차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의료원 간부 2명을 해고한 것과 관련해 시민행동 측이 성남시 측에 해당 감사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성남시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료원장 사임 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성남시의 2차례 감사는 성남시의료원 개원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행정 조치에 대해 책임을 지며 시민이 참여하는 시정을 만들어가기 위해 성남시는 공식 행정문서인 감사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중당 성남시지역위원회도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의료원 건립과정에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고 현 의료원장이 개원 전에 해임을 권고받는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의료원이 세력 간의 다툼이나 이권에 의해 본연의 건립취지를 상실하고 있다. 의료원 개원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고 감사 결과는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남시 측에서는 감사보고서에 의료원장 해임 권고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엄갑용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과장은 "의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개원준비 과정의 문제나 전체 직원 운영관리 등의 몇 가지 문제점이 확인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의료원장 해임 권고가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는 최대한 빨리 의료원장 공모 절차를 밝아 새로운 원장을 임명하고 개원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연 원장은 성남시가 의료원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감사에서 문제될 만한 사항이 확인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성남시가 2차례에 걸쳐 감사를 실시했지만 이렇다할 문제를 확인한 게 없다"며 "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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