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29%로 최악…“이대로 가면 비뇨기과 고난도 수술 등 불가능해져”

[라포르시안] "2011년 이후부터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50% 이하로 급격히 추락해 2016년도에는 29.3%라는 최악의 지원율을 보였다. 비뇨기과의 몰락은 이른바 빅5 병원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2월 현재 지역별 비뇨기과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가 0명이거나 1명인 곳이 수도권 62%, 비수도권 68%로 심각한 진료공백 상황이 임박했다."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뇨기과 위기극복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뇨기과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정책지원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어느 한 과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감소는 국민보건과 의료수준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비뇨기과 질환 수요가 늘어날 것에 따른 대비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이 비뇨기과 전공의가 부족하게 된다면 앞으로 노인 건강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도 "비뇨기과학회에서는 비뇨기과 수술, 처치, 검사 행위에 전문의 30% 수가 가산 등 다양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비뇨기과를 비롯한 기피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뇨기과 위기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해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리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도 같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비뇨기과학회는 2012년까지만 해도 115명이던 전공의 정원을 2017년에는 50명으로 줄여 총정원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제살깎기를 단행했다. 여기에 의대생과 인턴을 대상으로 비뇨기과를 알리는 홍보 활동에도 전력을 기울였지만 과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비뇨기과학회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돈 비뇨기과학회 수련이사는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지금처럼 몰락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차 병원은 물론 빅5 병원을 제외한 3차병원에서도 고난도 비뇨기과 수술을 할 수 없게 되고, 암환자, 외상환자, 응급환자를 정상적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증중환자 또는 진료나 수술이 불가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 "정부는 비뇨기과 사태를 방관만 하지 말고 쇼크에 빠지기 전에 긴급수혈이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영구 비뇨기과학회 보험정책사업단장은 "비뇨기과 지원자가 줄어든 이유는 힘들게 비뇨기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미래가 어둡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비뇨기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비뇨기과 수가 가산 ▲요양병원 8개과 전문의 가산정책 폐지 또는 요양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가산 추가 ▲비뇨기과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의료재정 투입 ▲72시간 배뇨양상 기능검사 등 비뇨기과 신설 행위 수가신설 ▲발기부전, 조루증 약제에 대한 비뇨기과 전문의 처방 우선권, 의약분업 예외인정 및 약마진 인정 등을 제안했다.

"비뇨기과 인력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 입어"

환자단체도 비뇨기과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인정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발제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공의 자원이 부족하다,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환자단체도 건보수가 인상에 부정적이지 않다. 의사가 수익이 많다고 호의호식하는 것도 아니고, 수가는 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비뇨기과 인력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적으로도 문제지만 당장 척수손상 장애인과 다른 장애인에게 불편과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척수손상 장애인의 빈번한 요로감염과 배뇨장애 문제 진료를 담당하는 비뇨기과 의사가 꼭 필요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비뇨기과 문제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승기 비뇨기과학회 보험이사는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국가 정책과도 관련성을 갖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의 경우 비뇨기과와 비교해 문제 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면서 "비뇨기과의 문제가 절대로 타과와 비교해 덜 중요한게 아니다. 멸종희귀동식물을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것처럼 비뇨기과도 빨리 보호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뇨기과학회와 환자단체 관계자가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에 비하면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반응은 소극적일 정도였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공급자도 적절한 비용을 보상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72시간 배뇨양상 기능검사 등 일부 비뇨기과항목에 대한 급여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하나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비뇨기과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뭔지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지원은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 수련과정의 난이도가 주요 선택요인으로 보인다. 비뇨기과와 관련해서는 장기시계를 갖고 접근하고, 학회에서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뇨기과학회에서 전공의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임 과장은 "5년마다 전공의 정원 정책을 세우고 있는데 적정한 정원 산출과 비뇨기과 전공의가 줄었을 때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가 생생하게 드러나야 지원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또한 학회 차원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막연한 두려움에 전공의 지원을 기피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이같은 반응에 학회 관계자들은 발끈했다.

이영구 비뇨기과학회 보험정책사업단장은 "학회에서 비전을 제시하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할만큼 했다. 심지어 수련병원이 80여 곳인데 정원을 50명까지 줄였다. 이로 인해 대가 끊기는 수련병원이 속출하게 됐다"며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응급처방을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구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참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학회 활동을 보면 비뇨기과가 26개 전문학회 가운데 톱이고, 학문적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이뤘지만 문득 뒤를 돌아보니 후학들이 없다"면서 "이런 비뇨기과의 현실이 슬프다"고 푸념했다.

주명수 비뇨기과학회장은 "학회는 더는 할 게 없다. 외부의 조력을 받는 길이 유일하다. 일자리 확보와 수가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뇨기과학회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비뇨기과 위기 극복 TFT 발족식'을 갖고 비뇨기과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 비뇨기과에 대한 정부 지원 촉구 운동을 전개하기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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