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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 메르스 환자’는 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사흘을 머물렀을까?대형병원 환자쏠림·응급실 과밀화·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한국의료 문제 상징…“왜곡된 의료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물”

[라포르시안]  13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확진자 수는 138명이다.

이 중에서 67명(5명은 역학조사 중)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례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3~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9일 사이 14번 확진자에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1명의 메르스 환자가 사흘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면서 60명 이상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셈이다.

이 환자로부터 3차 감염된 사례에는 당시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는 물론 의료진과 보호자도 포함돼 있다.

만일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렀던 시간이 더 짧았더라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노출된 감염자 수는 훨씬 줄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어떻게 응급실에서 사흘을 머물렀을까. 병실도 아니고 응급실에서.

국내 대형병원의 응급실 운영 현황과 구조를 안다면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도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평가결과에는 응급실이 과밀한 병원, 중증응급환자가 오래 체류하는 병원의 명단도 들어 있다.

가장 응급실이 과밀한 병원은 서울대병원(과밀화지수 175%), 경북대병원(154%), 서울보훈병원(138%), 삼성서울병원(133.2%) 등의 순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의 과밀화지수는 133.2%였다.

응급실 과밀화 지표로 사용하는 과밀화지수는 <내원환자의 재실시간 총 합계 / (병상수 * 365일 * 24시간)>이란 공식으로 나온다.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00%를 초과하는 병원은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 내원환자가 간이침대,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는 곳은 전국 의료기관 중 10곳이 있었고, 그 중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네번째로 높았다.

14번 환자의 경우 평택굿모닝병원에서 폐렴으로 치료받다가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내원한 경우다.

아마도 이 환자는 증상이 크게 심각해 보이지 않아 병실 배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려 계속 응급실에 머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일평균 환자가 200여명으로, 여기에는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 타지역 출신 온 환자가 많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50대 메르스 환자도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3시간 정도 머물러던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과밀화 전국 의료기관 중 4위

대체 대형병원 응급실은 왜 이렇게 복잡한 건가.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 급성 중증환자가 그렇게 많아서일까. 아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 가운데 급성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중증외상 등의 3대 중증 환자보다 입원을 위해 방문한 암환자와 감기나 복통 등의 경증환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실 과밀화 현황을 분석자료에 따르면 '빅5' 병원 응급실 내원환자의 주요 질병은 암(11.3%), 열린상처(8.2%), 감기(8.1%), 급성위장관염(5.4%), 복통(2.3%) 등의 순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가장 중요한 용도인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사실상 암환자 입원대기용이나 경증환자 진료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1차에서 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언제라도 맘만 먹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 있는 의료환경이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경영이 유지되는 저수가 구조에서 병상을 확충하는 '몸집 불리기'를 해온 수도권 대형병원도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다.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지방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암 등을 중증질환을 앓는 지방의 환자 중에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 받기를 희망한다.  

건강보험공단이 작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지방 환자의 수도권 진료인원은 2004년 약 180만 명에서 2013년 약 270만 명으로 1.5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은 '지방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이용 증가 -수도권 대형의료기관 환자 쏠림 -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의료비 상승 - 지방 거점병원의 붕괴 - 지방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권 악화'라는 악순화 구조를 형성한다.

의료기관과 의료인력 등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의 주요 거점병원조차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줄고 경영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하고 수도권 대형병원은 환자가 몰려 더 복잡해지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졌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가 왜 사흘간 머물렀는지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실 14번 환자에 의한 메르스 감염 확산은 의료자원의 지역간 불균형, 저수가 구조 등 한국의 왜곡된 의료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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