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 마련
의사 수 추계에서 인구구조·의료서비스 수요 변화 중요성 강조
일부 연구자 "보고서에 2천명이 적절한 증원 규모라고 쓴 바 없어”

[라포르시안] 의료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사 수를 추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의 연구자들로부터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활용한 의사 추계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토론회에는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섭 명예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를 비롯해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현장이 붕괴되고 있고, 8,000명의 젊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으며, 전임의와 의대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며 “병상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수술과 입원 치료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정치가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고집하는 정부와 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료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시도돼야 한다”며 “의료 대란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적정 의료 인력에 대한 체계를 장기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 수 추계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과 의사 수 추계와 보건의료 개혁의 상관관계가 중요 쟁점이었다. 홍윤철 교수는 의사 수 추계에서 인구 구성 변화와 인구 구성에 따른 의료 수요 변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 교수는 “내 연구의 경우 오는 2067년까지 추계를 했다. 추계에 따르면 2045년에서 2050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해지고, 그 이후 다시 의사가 남게 된다”며 “굉장히 중요한 사실은 지역 간 차이다. 이 부분은 정부를 포함해 지금까지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 5개 대도시 대부분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아지는 반면 나머지 지역은 이미 의사 수가 부족하고 앞으로 더 부족해질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역 간 격차를 이해 또는 해결하지 않고서 의사 수 총 추계 및 공급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수 추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의료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면 현재와 같은 공급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의사 수 추계는 지금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가정 하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현재 추계는 의료개혁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추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수 추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개혁이 따라야 하는데 의료 개혁에 대한 논의는 실종돼 있는 상태”라며 “결론적으로 어느 시점에 의사 수가 부족해지는지, 지역 간 격차 문제, 의료 개혁을 어떻게 할 지가 같이 논의되지 않고서는 일방적으로 몇 명을 늘리자는 논의 자체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KDI 권정현 박사는 의료서비스 수요 변화를 의사 수 추계의 중요한 요소로 봤다. 보건의료 개혁의 방향성에 따라 의사 수의 추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박사는 “추계는 현재 시점의 의료 이용을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서 그 추계 결과의 정확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의사 수 추계의 정확성과 활용의 합당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향후 어떤 의료 체계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부분은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이라며 “그런데 향후 노인이 건강해지고 1차 의료가 강화돼 그만큼 과도한 의료 서비스 감소하고 연명 치료의 수요가 줄어들면 그만큼 의료서비스 수요도 감소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의료 인력을 추계하는 연구의 방식과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건의료 개혁에 대한 논의가 더 빨리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윤철 교스, 권정현 박사, 신영석 명예위원.
사진 왼쪽부터 홍윤철 교스, 권정현 박사, 신영석 명예위원.

패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홍윤철 교수는 “정부가 내 보고서를 근거로 2,000명 증원을 이야기하는데,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보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원을 늘린다면 500~1,000명으로 정의를 했다”며 “4년 전 보고서인데다 2,000명이 적절한 증원 규모라고 보고서에 쓴 바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보고서에서는 지역별로 500명·750명·1,000명·1,500명 증원을 분석했는데, 사실 의로개혁이 안 돼 있는 상태라서 어느 하나도 만족할 수는 없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그 중 베스트를 고른다면 500~1,000명 구간이다. 정부가 내 보고서를 적절하게 인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정현 교수는 현재 의대정원에서 60% 이상 증원할 경우 동반되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내 연구에는 2024년부터 1,000명씩 증원해서 4,000명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있고, 매년 5% 증원해서 오는 2030년에 약 4,500명 정도를 유지하는 안, 7% 및 10% 증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며 “그 중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시나리오가 5~7% 내외를 매년 증원해서 인력을 확충하자는 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요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다 감소로 돌입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조사와 추계를 통해 의대정원을 다시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라며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을 했던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증원을 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교육 미치 수련 현장의 문제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2,000명 증원은 현 정원에서 60% 이상 증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석 명예위원은 2,000명 증원이 과다 추계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명예위원은 “현 추계는 기존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만큼, 앞으로의 정책 변화에 따라서 부족할 수도 남을 수도 있다”며 “따라서 현재 의대정원 증원이 너무 많이 추계됐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대정원을 매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는 것보다 1,000명씩 10년 간 증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신 명예위원은 “정부는 2025년부터 5년 동안 2,000명식 늘리고, 이후 다시 판단하고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2025년부터 5년 후인 2029년에는 증원한 학생들이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달라질지 판단하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호흡을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5년간 2,000명이면 어차피 1만명인데, 차라리 매년 1,000명씩 10년간 가게 되면 속도 조절이 더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