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방의료원 예산 삭감 잇따라…새누리당 장악한 지방의회서 공공의료 지원 홀대

[라포르시안]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홀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방의료원을 환자들이 찾아오기 힘든 도심외곽으로 밀어내는 것은 물론 지방의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원예산을 삭감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지방의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지자체 산하 지방의료원 지원예산 삭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5일 이틀간 충남도와 산하기관·단체의 내년도 예산을 심의한 충남도의회는 전부 126억원이 넘는 예산을 삭감했다.

특히 충남도의회 산하 문화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중 천안·서산·공주·홍성의료원 등 4개 의료원 관련 예산 41억원을 깎았다.

삭감된 4개 의료원 관련 예산은 시설·장비보강 5억원, 의료원 기능특성화사업 14억9,000만원, 지방의료원 정보화지원사업 7억2,290만원, 진료비 차액보전 8억5,000만원, 공공보건사업 및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운영비 4억원 등이다.

강원도의회도 산하 5개 지방의료원의 내년도 예산을 싹둑 잘랐다.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보건복지여성국 예산 심의에서 속초·영월·삼척·원주·강릉 등 5개 의료원 관련 예산을 당초 예산 97억8,280만원에서 51억2920만원으로 46억원 가까이 삭감했다.

당초 강원도는 5개 지방의료원의 시설 및 장비보강을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60억3,000만원을 요청했지만 도의회는 이 가운데 14억4,000만원을 깎았다.

또한 지방의료원 지역개발기금 융자 상환금 30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도의회 측은 강원도의 재정형편과 의료원의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예산삭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새누리당이 장악한 강원도의회가 공정성을 상실한 채 민생복지 예산을 걸러내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인천의료원도 내년도 예산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미 인천시는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인천시의료원 출연금을 삭감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오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천의료원 리모델링 및 간호사 기숙사 신축, 주차장 증축 등의 기능보강 사업 관련 예산이 모두 사라졌다.

인천의료원이 기능보강사업을 위한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여기에 매칭하는 금액의 분담금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년도 지방의료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지방의회의 공통점은 지난 6·4지방선거를 통해 새누리당이 다수당을 선점했다는 것이다.

충남도의회는 6·4지방선거를 통해 전체 40석 중 새누리당이 30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이 10석을 차지했다.

강원도의회도 전체 44석 중에서 새누리당이 36석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나머지 8석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6석, 무소속 2석 등으로 도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 6자리 모두 새누리당이 도맡고 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6.4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전체 33석 중 22석으로 다수를 점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총 35석 중에서 새누리당이 23석을 차지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민생복지 관련 예산 삭감이 잇따르고, 그 과정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맡고 있는 지방의료원 지원 예산이 줄줄이 깍이는 수난을 겪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자체가 2015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공공의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의료원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해 졌다"며 "예산 삭감으로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의료취약층의 삶을 더욱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은 왜 인적 드문 곳에만 세워질까? 한편 지방의료원이 환자들의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위치로 이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아예 인적이 드문 도심외곽이나 산중턱에 세워진 의료원마저 등장했다.

지난해 경남도가 강제폐업한 진주의료원의 경우 진주시 도심이었던 중앙동에 위치했지만 지난 2008년 시외곽인 초전동으로 이전했다.

진주의료원이 옮겨간 초전동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불편해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렸고, 이 때문에 환자가 크게 줄면서 경영난이 악화됐다.

지난 2012년 신축이전한 충주의료원은 충주시 중앙부인 문화동에서 '안림동 산 45-1번지'로 옮겼다. 주소에서 알 수 있듯이 충주의료원이 신축 이전한 위치는 바로 산중턱이다.

비슷한 시기 신축 이전한 천안의료원도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 바로 옆에 세워져 있다.

여기 뿐만 아니라 도심외곽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세워진 지방의료원이 적지 않다.

지방의료원을 이용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노인이나 지역 의료취약계층인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진주의료원처럼 환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에 설립된 지방의료원은 정책적으로 입지선정을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손실도 크지만 지자체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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