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TV 대선토론에서 연이어 '강성 귀족노조'를 적폐로 규정하고,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안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3%도 안되는 강성귀족 노조 때문이다”고 주장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홍 후보는 강성노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진주의료원 노조를 언급하며, 자신이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이유가 강성노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후보는 지난 19일 KBS가 주관한 19대 대선후보 토론에서 "진주의료원은 일을 안 해서 폐업했다. 맨날 스트라이크(파업)만 하고 일을 안 해서 폐업했다"고 발언했다.

지난 25일 열린 열린 JTBC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안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3%도 안되는 강성귀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주의료원을 또 언급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2013년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하면서 했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5월 29일, 당시 홍준표 경남도시자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면서 '경남도민에게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라며 "진주의료원의 단체협약은 노조에 무소불위의 특권과 인사·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주고 있다. 노조가 甲이 되어 도민 위에 군림하는 노조 해방구가 진주의료원의 실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홍 후보의 말처럼 진주의료원 노조는 일도 안하면서 파업만 일삼고 높은 월급을 받아가는 '강성 귀족노조'였을까. 강성노조 때문에 만성적자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일까.

그의 주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노조는 2013년 강제 폐업될 때까지 1999년 단 한 차례 파업을 했을 뿐이다.

실제로 경남도가 지난 2013년 4월 국회 기자실에 배표한  '진주의료원 노동조합 실상'이라는 보도자료에도 1999년 27일간 파업을 한 내용 외에는 다른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진주의료원은 2008년 이후부터2013년까지 6년 동안 임금동결 상태에, 당시 직원들의 체불 임금만 7~8개월치에 달했다.

직원들의 급여도 도저히 '강성 귀족노조'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는 경남도가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

경남도는 2013년 6월 7일자로 배포한 '진주의료원, 해고근로자 퇴직금 등 전액 지급'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해고자 70명에 대한 해고수당을 단체협약에 따라 9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가 지급한 해고자 70명에 대한 해고수당(90일분)은 약 5억8,000만원이었다. 이를 1인당 월급으로 계산하면 276만원 꼴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진주의료원이 만성적자 상태에 빠진 가장 이유는 강성노조의 파업 때문이 아니라 무리한 신축이전과 저수가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2008년부터 매년 40억~6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2013년 폐업 당시 누적적자가 279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진주의료원의 경영 적자가 누적된 이면에는 저수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2013년 지난 1월 물러난 진주의료원 권해영 전 원장은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진주의료원이 가장 어려워진 이유가 서너 가지라고 압축시켜서 말할 수 있는 데 첫째로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는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진주의료원뿐만 아니라 진주에 있는 30년 이상 된 어떤 병원도 재무구조가 지극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은 민간병원처럼 비급여 진료나 부대사업 등의 수익 보전책 없이 건강보험 환자의 급여비와 의료급여환자 진료비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의존해 경영을 꾸려나가는 데 저수가로 인해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점은 보건의료 전문가단체들도 지적한 바 있다.

2013년 5월 대한의사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경남도와 정부를 향해 진주의료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기로 한 배경으로 만성적자를 들었는데,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고집해 온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의료수가"라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의 경영난이 악화된 다른 원인 중 하나는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로 무리하게 확장이전을 한 점도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진주시 도심이었던 중앙동에 위치했지만 지난 2008년 시외곽인 초전동으로 이전했다.

진주의료원이 옮겨간 초전동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허허벌판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기자가 2013년 4월 취재차 진주의료원을 방문했을 때도 인근에는 주택가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허허벌판에 길 건너편으로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불편해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환자가 크게 줄면서 경영난이 더 악화됐다.

당시 보건의약단체들은  "경남도청은 강성노조에 의한 방만한 경영을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꼽지만,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 허허벌판으로 이전한 것이 원인"이라며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적자를 가속화한 이전 결정은 모두 경상남도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는 2013년 당시나, 4년이 흐른 지금이나 진주의료원 적자와 폐업은 모두 '강성 귀족노조' 때문이라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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