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운영평가 D등급 지방의료원은 기능보강 예산 지원 중단…“위험한 정책 방향” 우려

 [라포르시안]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최순실 예산’이 약 3,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중에서 장애인의료비 지원, 의료급여경상보조 예산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과소편성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최순실 예산’은 펑펑, 가난한 환자들 의료비 지원 예산은 축소>

이런 가운데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의 시설과 장비 보강을 위한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돼 매년 실시하는 운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의료원에는 오는 2018년부터 신규 예산지원을 중단키로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기능보강 지원예산이 크게 삭감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기능보강 신규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지방의료원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높다.

복지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예산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예산이 깎이자 평가와 연계해 차등지원하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0일 2016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결과를 국고예산 배분 시 차등 지원하는 등 정부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에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놓고 예산을 차등 지원해 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지방의료원에는  시설·장비 현대화를 위한 기능보강 예산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심을 세웠다.

임혜성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내년에 2018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올해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반영해 D등급을 받은 4개 의료원은 신규 기능보강사업 예산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라며 "이미 이런 방침이 정해졌고, 평가 대상 지방의료원에도 모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신규 기능보강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곳은 올해 운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속초·강릉·강진·제주의료원 등 4곳이다.

복지부가 D등급 평가를 받은 지방의료원의 기능보강 신규예산 지원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지역거점공공병원 39곳을 위한 기능보강사업 예산은 466억원으로 올해 586억원과 비교해 약 120억원이 삭감됐다.

복지부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이유를 지방의료원이 예산을 신청해 타놓고도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의료원의 기능보강예산으로 배정된 예산의 집행률이 35%에 그쳤다.
 
임 과장은 "지방의료원이 예산을 신청할 때 꼼꼼한 계획없이 우선 타놓고 보자는 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예산 미집행률이 너무 높아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배분할 때 이렇게 삭감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산을 지원받고 불용을 하면 실제로 예산지원이 필요한 데도 받지 못한 다른 의료원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보강 국고지원사업은 국비를 지원받는 만큼 지방비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지방의료원이 국비지원 예산을 배정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지방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설·장비 보강 사업을 제때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 지방의료원 설립 주체인 지자체의 곳간 사정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원장은 "시설·장비 기능보강 사업을 추진할 때 국비 외에 지방비 매칭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이럴 경우 확보한 예산을 다음해로 이월해 주지만 그해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 다음해 예정된 사업이 연차적으로 지연되기 때문에 예정된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천의료원이다. 인천의료원은 지난 2014년 시설과 의료장비 현대화를 위해 복지부로부터 약 3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지만 인천시가 매칭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관련 예산을 전액 반납해야 했다.

의료원 내부 사정으로 장비 구매결정이 지연되거나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건축설계 변경 등으로 계약 체결이 지원될 경우 불가피하게 예산집행이 늦춰지는 일도 생긴다.

운영평가 결과와 예산 지원을 연계하면 지방의료원 간 양극화가 고착화 될 우려도 높다. 가뜩이나 일부 지방의료원은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지역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만성적인 의료인력난과 낙후된 시설로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관련 기사: 산중턱, 허허벌판, 고속도로 옆 공공병원…“환자분, 당황하셨어요?”>
 
조승연 원장은 "운영평가지원금을 평가결과와 연계해 배분하면 지방의료원 간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A등급 맞은 병원들 보면 대도시에 위치하고, 지자체의 지원이 나름 튼튼한 곳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운영평가 결과와 예산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은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정책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문제는 지역거점공공병원 평가기준이 공익성보다 경영 효율성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기준을 보면 '양질의 의료' 영역의 가중치가 지난해 30점에서 올해는 20점으로 줄었고, 대신 '책임경영'의 가중치가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됐다.

특히 '합리적 운영' 평가영역에서는 '경영성과'의 가중치가 40점에서 60점으로, '책임경영' 평가영역에서는 인력관리와 구매관리 성과를 따지는 '병원관리' 항목이 신설돼 가중치가 50점이나 부여됐다. 이럴 경우 환자유치를 확대해 의료수익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기관이 높은 평가점수를 받게 된다.

복지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관련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혜성 복지부 공공의료과 과장은 "당연히 공공병원으로써 공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경영 효율성을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다만 평가기준에서 양질의 의료 영역의 가중치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개선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등급이 낮아 기능보강사업 예산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서 지방의료원 스스로 등급 향상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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