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마다 간호인력 확충 못해 울상…계약직 채용에 지원자 거의 없어

▲ 삼육서울병원이 지난해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보호자와 간병인 상주가 필요 없는 병동 모습.
[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2차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들이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시범사업 종료 후 간호인력의 활용과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의료기관들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공고를 내다 보니 간호사들이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이유로 2차 시범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거나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간병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20개 공공병원을 추가해 확대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시범사업은 총 186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1차 시범기관 13개 병원과 2차 시범기관으로 참여하는 20개 공공병원 등 총 33개 병원 2,442병상에서 시행된다.

복지부는 “2차 시범기관인 20개 공공병원의 경우 간호인력 확보 등 준비를 거쳐 2월 중 대부분 시범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이달 19일 현재 시범사업을 개시한 공공병원은 서울적십자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2곳에 불과했다. 

복지부가 2차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20개 공공병원 중 서울 소재 공공병원만 보호자 없는 병상 운영에 들어갔을 뿐 나머지 18개 지방의료원 등은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보호자 없는 병동에 투입할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지방의료원에서 간호인력 충원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기간이 올해 말까지 정해져 있다보니  사업이 종료될 경우 추가로 채용한 간호인력의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산의료원 관계자는 “시범사업이다보니 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약직으로 공고를 내다보니 채용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동시에 여러 곳에 냈지만 지원은 별로 없다”며 “특히 공고를 보고 문의하는 간호사가 있지만 계약직이라고 설명하면 지원을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싶어도 공공병원이다보니 정규직 정원이 정해져 있어 마음대로 채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시 문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원 수 때문”이라며 “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정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지자체의 승인이 쉽지 않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의료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목포시의료원의 시범사업 병상 수는 총 50병상으로 32명의 신규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충원한 간호사는 10명에 불과하다.

목포시의료원도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공공병원이다보니 정원 규정을 받아 비정규직인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종료할 경우 시범사업 목적을 위해 채용한 간호인력의 활용과 인건비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종료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만일 중단한다면 시범사업을 위해 채용한 간호인력의 활용과 인건비 때문에 의료원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만일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고용부담은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시계약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채용 중인 의료원도 있다.

삼척의료원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인력을 채용 중인데 한시계약직으로 공고하면 지원하는 간호사가 없어 무기계약직으로 공고를 내고 있다”며 “시범사업 종료 또는 1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척의료원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정규직 간호사 수가 정원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삼척의료원의 경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이 아니더라도 분만실 사업과 응급실 사업에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런 이유로 시범사업을 목적으로 채용했다 하더라도 다른 부서로 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지원한 서울의료원,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환자안심병원 성공적"서울시는 지난해 1월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의료원에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을 오픈했다.

당시 서울의료원은 180병상을 보호자 없는 병상으로 운영키 위해 79명의 신규 간호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안심병동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개최한 ‘시민말씀대로-정책이야기 한마당’에서 시민이 가장 공감하는 정책 1위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시민 평가단과 현장 참가자 400여명이 서울시 6개 정책 중 시민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전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원이 94점을 얻어 1위에 선정됐다.

▲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동' 모습.

서울의료원 이인덕 간호부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에 투입할 간호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면 안 된다”며 “가뜩이나 간호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려하는데 계약직이라고 하면 더욱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지속 운영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간호부장은 “지방의료원이 시범사업을 위해 계약직으로 간호사를 채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확신을 주지 않은 점도 있다”며 “이런 이유로 서울의료원은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시범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경험이 많은 간호사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일부 지방의료원의 경우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올해 지역 내 간호대학을 막 졸업한 새내기 간호사를 채용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새내기 간호사의 경우 업무 숙련도가 낮아 시업사업에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간호부장은 “새내기 간호사들을 보호자없는 병원에 투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들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시니어 간호사들이 많은 시간 공을 들여 교육 시켜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원 세부업무에 따르면 간호사는 환자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의학적 지식 요구도가 높은 전문 간호 영역으로,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간호 요구도를 평가하고 연속적이로 효과적인 간호를 제공토록 돼 있다.

서울의료원 간호부는 새내기 간호사를 환자안심병동에 투입하기 전 6주간 시니어 간호사와의 일대일 멘토링 제도를 통해 하드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간호부장은 “시니어 간호사 투입 시 가장 큰 도움이 되지만 그들만으로는 인력이 채워지지 않는다”며 “새내기 간호사의 숙련도 향상을 위해 다른 간호사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교육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개시한 국립중앙의료원도 수간호사급을 시범사업 병동에 배치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차후 신규 간호사도 채용할 계획이지만 일단 병원 내 노련한 수간호사급 간호사를 시범사업 병동에 배치했다”며 “다양한 경험과 연륜이 있는 간호사를 배치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야간 전담 간호사 등 시간제 일자리 시범적용 검토" 한편 복지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의료원의 간호인력 확보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 위탁기관인 건보공단을 통해서 지방의료원의 간호인력 충원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향후 필요한 인원을 파악해 각 지역 간호사회 등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의료원들이 계약직 간호사 채용으로 애를 먹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계약직 형태의 인력 충원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필요한 정원을 다 채우지 않고도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며 “지방의료원의 간호인력이 최대한 충원될 수 있도록 야간 전담 간호사 등 시간제 일자리 간호사의 시범적용과 간호인력 지원센터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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