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건소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 강화.진료기능 축소
의료계 지속된 '진료기능 축소' 요구에도 꿋꿋...감염병 재난 겪으면서 개편 추진

[라포르시안] 감염병 재난 사태가 공중보건과 의료공급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보건소의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진료기능을 축소하는 것도 코로니19 팬데믹이 불러올 변화 중 하나다. 

의료계가 보건소 진료기능 축소를 요구했지만 먹혀들지 않다가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보건소 감염병 대응 강화대책과 핵심기능 재정립 등의 내용을 담은 '보건소 감염병 대응 강화대책 추진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고했다.

그동안 보건소는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 최일선 기관으로서 담당인력 충원에도 불구하고, 조직‧인력‧행정체계에서 전문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에 보건소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방역 외 업무가 반복적‧지속적으로 중단돼 정책수행 불확실성과 국민 불편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앞서부터 의료계는 보건소 기능 중 진료기능을 삭제하고 지역사회 건강증진 및 감염병 예방·관리, 보건교육 등에 집중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보건소가 선심성 무료진료는 물론 본인부담금 면제·할인 등으로 위법적인 환자유치 행위를 하면서 지역 동네의원과 경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 시 이후 보건소 진료기능이 지자체장의 선심성 행정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면 각 지자체 보건소마다 접종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관련 기사: [뉴스&뷰] 보건소 독감백신 접종 대기줄을 감시하는 구청장>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소는 본연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 기능 수행에 미숙했으며 불필요한 진료 역할 수행에 중점을 둬 이러한 행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보건소 기능 중 진료기능은 삭제하고 지역사회 건강증진 및 감염병 예방·관리, 보건교육 등 본연의 기능으로 재개편해야 한다”고 지속해 요구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장기적인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소의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감염병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한 업무 전환이 가능하면서도 핵심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감염병 대응기반 및 역량 강화를 위해 보건소에 ‘감염병 대응센터‧대응팀(과‧팀 단위)’을 구성하고, 감염병 대응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전문인력 배치기준도 마련하고 감염병 대응 시설·장비 기준을 마련해 개선을 지원하는 등 대응 기반도 확충할 예정이다. 

감염병 관리 행정체계도 재정비한다. 위기 시에 보건소의 필수 유지 업무를 제시한 기존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필수업무 기준과 유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 내에서 감염병 대응 역할이 명확히 분담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행정체계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보건소 핵심기능 재정립도 추진한다. 보건소는 기획과 행정업무 및 위기대응 기능 중심으로, 하부기관(보건지소 등)은 의료취약지 진료 및 건강증진사업을 담당하도록 ▲기관별 역할 재정립 ▲비핵심 사업 폐지 또는 이관 추진 ▲진료 기능은 취약계층‧취약지 중심으로 조정하거나 타 기관 위탁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앞으로 관계부처·지자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감염병 대응 기능 및 핵심 기능 재정립 방안을 협의하고 대책을 이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보건소 감염병 대응 강화대책 추진을 통해 지역과 현장 중심으로 보다 탄탄한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지금처럼 보건소와 같은 기관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는 대한공공의학회지에 실린 '코로나19 유행은 향후 한국 보건소 기능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라는 논문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나 교수는 "공공보건의료체계에서 보건소 기능이 현재와 같은 기관중심이 아니라 고령화되고 있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방문건강돌봄을 통해 건강위험요소를 가진 주민을 찾아내고 위험정도에 따라 연계하며 아울러 주민들 스스로 건강생활실천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조직가가 되도록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보건기관의 기능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해 업무 표준을 세우고 동시에 인구 비례 등 업무량과 업무특성에 맞는 인력 기준을 만드는 등 지역보건사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광역지자체 차원의 공공병원 활성화 기능 및 공공병원 인력 개발과 통합 연계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전체적인 통합 및 보건소장이나 지방의료원장 역량강화는 중앙정부에서, 공공병원과 보건소 기능 통합 강화 및 구체적인 직원 교육은 광역지자체에서 하도록 역할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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