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언론에서 동성애 혐오·인종차별적 고정관념 강화하고 낙인효과 심화"
혐오와 차별은 '숨은 감염자' 양산해 유행 종식 힘들게 해

[라포르시안]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이례적으로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가 질병과 감염자에 대한 낙인 효과 및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상당수 언론이 감염병에 대한 혐오와 공포·차별을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내던 수준에서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2일 공식 입장을 내고"원숭이두창에 대한 낙인 표현은 공중보건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AIDS는 "원숭이두창을 다루는 보도 및 논평에서 특히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묘사를 사용해 동성애혐오 및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낙인을 심화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AIDS 대응에서 얻은 교훈은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비난이 발병 대응을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내 언론들도 감염경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감염 확산 사례를 집중적으로 언급하면서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듯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UNAIDS는 언론과 정부 및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낙인을 피하는 권리 기반, 증거 기반 접근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중국인에서 신천지로, 이젠 성소수자로...'혐오·배제의 팬더믹'>

UNAIDS 부국장 매튜 카바나(Matthew Kavanagh)는 “낙인과 비난은 감염병 발병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뢰와 능력을 약화시킨다”며 "낙인을 찍는 수사학은 공포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의료 서비스에서 멀어지게 하고, 비효과적이고 징벌적인 조치를 조장함으로써 증거 기반 대응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바나 박사는 “이번 발병은 발병에 대한 효과적이고 낙인 없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더 강력한 커뮤니티 주도 역량과 인권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 전세계 지도자들이 전염병 예방을 강화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낙인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공유된 과학과 사회적 연대는 모두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질병 때문에 사람들 집단에 낙인을 찍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며 "(낙인 효과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고 숨은 감염자를 통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발병을 종식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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