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들, 전문대 간호조무학과 신설 반대에 한목소리
이영호 교수, 발제 중 간호법 제정 필요성 강조

[라포르시안]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 지정·평가 2주기를 맞아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지만 정작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배제한 채 진행해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빈 인사말부터 발제자 및 간호조무사 교육 기관 임원 출신의 토론 참가자들 상당수가 간호조무사의 전문대 양성 과정 신설 반대에 목소리를 높여 간호조무사협회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심지어 간호조무사 관련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발제자는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최연숙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국간호교육교장협의회, 한국간호학원협회,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간호조무사 양성제도의 성과와 전망’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15년 의료법 개정으로 진행돼 온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 및 간호조무사 양성 교육훈련에 대한 질적 향상 등의 성과에 대해 공유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적응하는 간호조무사 양성 교육훈련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 이영호 서울기독대 교수는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 지정 평가제 도입 성과와 발전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영호 교수는 “2017년 하반기와 2018년 상반기 및 하반기에 걸쳐 직업계 고등학교 41개, 간호학원 373개 등 총 414개 간호조무사 교육훈련 기관에 대해 평가를 시행했다”며 “2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기존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에 대한 교육의 질 관리 체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존 간호학원은 학원설립법률에 따라 소재지 교육지원청에 설립 신고를 통해 신규기관으로 진입했지만 지정·평가 도입으로 학원 설립 신고와 예비 지정·평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양질의 간호조무사 양성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사전 관리 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교육훈련기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점검 개선 계획 수립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간호조무사 양성제도 토론회에서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영호 교수.
간호조무사 양성제도 토론회에서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영호 교수.

주목한 점은 간호조무사 양성제도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이영호 교수는 대한간호협회가 추진 중인, 그리고 간호조무사협회가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간호법 제정은 100만 간호 인력 뿐만 아니라 유관단체에 대한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효율적 관리, 나아가 양질의 대 국민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 정비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적 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 지정·평가에서 드러나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세분화된 교육과정 개발, 직업계 고등학교 간호과의 교·강사 기준 및 간호교사 표시 신설, 임상실습의 내실화, 지정·평가에 대한 예산 확보 등에 대한 법령 정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대학의 간호조무사 양성학과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국간호교육교장협의회 박도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잊을만 하면 전문대 간호조무과 이야기가 흘러나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특성화고 교장 입장에서 학벌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능력 중심의 평생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미래사회와는 상반돼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국간호학원협회 공화숙 협회장도 인사말에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교육·양성은 현 제도 하에서 입증된 교육시스템으로 충분히 잘 가동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과잉 학력을 초래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에너지를 가중시킬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진행한 이영호 교수 역시 “최근 일부 전문대학에서 시도하는 간호조무사 양성학과 설치는 간호교육 질 관리 차원에서 정비된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과정 신설을 반대 주장이 나왔다.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 김희영 회장은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반대하는 이유는 학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능력 중심사회로의 방향과 역행할 뿐 아니라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상대적 자괴감과 계층사회로 진입을 교사로서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직업계고에서 무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문대는 학비와 2년의 시간이라는 사회적 낭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전국 직업계 고등학교 간호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전문대학에 간호조무사 양성 과가 생긴다면 진학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2.9%의 학생이 진학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라며 “간호조무사협회는 양성기관과의 소통이 부재하다. 협회에서 주장하는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일선 현장의 모든 간호조무사들이 찬성하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간호학원협회 강경희 이사 역시 “전문대 간호조무사 양성 과정이 만들어지면 기존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 졸업장을 위해 간호조무학과로 진출할 경우 간호학원 600여개, 특성화고등학교 70여개 등 기존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은 존폐 위기가 우려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협회를 배제한 채 간호조무사 양성제도 토론회가 열린 것에 대해 “너무한 처사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토론회와 관련해 협회 측에 일언반구도 없었고 어떤 의견 조율도 없었다”라며 “심지어 토론회가 열리는 것도 하루 전 신문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간호학원 원장이나 특성화고 교사들은 주로 간호사들인 만큼 사실 대한간호협회와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복지부가 전문대 간호조무학과를 만드는 문제와 전문대 출신과 학원 출신의 간호조무사 등급과 관련한 제도 개편을 하려고 했었고 이 당시 특성화고와 간호학원 측에서 반대를 했다”라며 “당시 반대하더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대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할 경우 학사 출신 간호조무사가 간호대에 편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학원 출신은 간호대 학사 편입을 할 수 없다”라며 “조리사나 미용사도 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전문대 관련 학과에 진학해서도 자격증을 딴다. 간호조무사만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가 간호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이런 토론회를 하는 이유는 간호법과 연결돼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간호조무사협회에서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전문대 양성과정 신설 등을 이야기 하니까 이를 간호법에 담기 어렵다는 구도로 가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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