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높은 질환 가입 거절하는데 악용할 가능성 높아"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는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공공의료데이터가 피보험자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생명보험사 3곳과 손해보험사 3곳 등 총 6곳이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승인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6개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이고, 손보험사는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보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공공의료데이터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로서 연구 등 목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엄격한 가명처리를 거쳐 특정 개인 재식별이 불가한데 재식별 시도시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6개 보험사는 공공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험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자와 유병력자를 위한 모델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보장하지 않았거나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에 대한 보장범위 확대와 보험료 인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 기사: '문케어' 잡은 손 놓고, '민간보험 활성화' 손 잡는 文정부?>

의협은 "불과 4년 전인 2017년 국민의 동의 없이 공공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정감사의 지적을 받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심평원이 이번엔 국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민간보험사에게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이용해 보험회사들이 역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의협은 "가능성 낮은 질환에 대한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가능성 높은 질환은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큰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보험사는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민간보험사는 그동안 고령자·유병력자들의 보험 가입을 거절해 지탄을 받아왔다. 의료기관과 환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내거나 보험료 지급을 거절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면서 "민간보험사가 그렇게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했다면 왜 지금까지 손해율을 따지지 않고 전 국민을 위한 모델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공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설립돼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심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심평원이 공공의료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넘기기로 한 조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4세대 실손보험은 최근 2년간 의료기관을 이용한 적이 있는 국민은 가입을 거절한다고 한다"면서 "4세대 실손보험이 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를 이용해 국민의 세세한 의료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짐작하는 합리적 의심까지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평원은 그동안 학술적 연구나 의료관련 단체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유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그런데 이처럼 갑자기 민간보험사에 방대한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하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위한 협의에 의료계가 배제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