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학회, 웨어러블 기기 이용한 혈압측정 관련 공식입장 제시
자가 측정시 오류 발생 등으로 정확성 한계
"젊은층에서 자기 혈압 인지도 높이고 조기에 고혈압 관리 효용성"

[라포르시안] 만성질환인 고혈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고혈압 관리를 위해선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 못지않게 가정혈압 자료가 중요하다. 최근 들어 혈압측정 기능이 구현되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늘면서 고혈압 환자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정확하게 측정된 가정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예후를 더 잘 예측할 수 있으며, 복약 순응도와 조절률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은 사용자에 따라 정확한 측정이 어렵고, 잘못된 혈압 측정값으로 약물을 자가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발간된 공식 잡지인 'Clinical Hypertension'에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에 대해서 학회 입장(Position paper)을 담았다.  

고혈압학회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 현황을 살펴보고,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올바른 혈압 측정 가이드라인과 향후전망을 제시했다.

학회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광센서 정확성 미검증, 자가 측정시 오류 발생 등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는 혈압을 측정할 때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혈관에 비춰 통과하는 혈액량을 센서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학회는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는 광센서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특히 주변에 근적외선 광원이 있을 경우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또한 적절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손목에서 자가 측정시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고 정확한 안정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오차가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의사 65% “가정혈압 수치 정확도 보통 이하”…원격의료 괜찮을까?>

스마트워치를 사용한 혈압 측정에 관한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5±8mmHg 내에서 허용 가능한 정확도를 보고하고 있다. 의료기기 국제표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결과이다.

하지만 학회는 "적절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손목 측정에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오차 범위가 더 커진다는 점은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며 "특히 주기적으로 기준측정법(Gold standard)인 일반 혈압계와 보정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보정 과정이 정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차는 매우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방법. 자료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방법. 자료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핵심은 스마트워치 측정만으로는 정확한 혈압측정값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학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측정계로 얻은 혈압값을 스마트폰 혈압 측정 앱에 주기적으로 입력해 보정해야 한다. 보정 작업에는 혈압을 최소 2분 간격으로 3회 측정하는 것이 권장되며, 사용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손목을 바꾸면 교정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보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는 두 팔 사이에 혈압 차이이다.

학회에 따르면 여러 역학 연구에서 양 팔 사이에는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3.3/2.0 mmHg 정도 차이가 난다. 혈압이 높을 수록 이런 양팔 사이 혈압 차이는 더 커진다. 따라서 반대쪽 팔에서 측정한 혈압값을 기준으로 보정할 경우 내부 보정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최소 3mmHg의 오차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마트워치에서 센서 기반 혈압 신호를 획득한 후 동일한 팔에서 일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해 보정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이거나 80mmHg 이하로 아주 높거나 낮은 환자에서는 충분한 자료가 없어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료기기로 인증 받은 기기조차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이거나 80mmHg 이하로 아주 높거나 낮은 환자에서는 정확도가 검증되어 있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사용이 추천되지 않는다"며 "대동맥 판막 폐쇄 부전증, 박동수 변동성이 큰 심방 세동, 혈류가 약한 말초혈관질환, 당뇨병, 심근병증, 말기 신부전, 손떨림, 혈액응고 장애 등을 가진 환자에서 사용도 아직 추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자가 혈압 측정이 젊은층에서 일상적인 혈압 측정을 활성화하고 고혈압 조기 진단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스마트 헬스케어, 치료보다 예방 중심으로 가야 효과적..."혁신은 비선형적">

학회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은 고혈압 환자의 모니터링보다는 일반 인구에서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는데 1차적인 효용성이 있다"며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30~40대 연령층의 낮은 고혈압 인지도를 고려하면, 젊은 성인들의 자기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 관리를 조기에 개시할 수 있는 잠재성은 크다"고 봤다.

반면 환자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측정한 혈압을 기반으로 약제를 자가 조정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관련 연구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이 24시간, 요일, 심지어 계절에 따라 상당한 편중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부적절하게 측정한 혈압이 불필요한 심리적 스트레스, 잘못된 고혈압 오진,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향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의 비용 효과 분석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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