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의연, 류마티스관절염 표준화된 교육콘텐츠 마련 합의 도출…"진찰·교육시간 보상 시스템부터 갖춰져야"

류마티스관절염 환우회인 '한국펭귄회'는 환자들을 위한 건강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질환의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한국펭귄회 홈페이지(http://www.kpenguin.org/)
류마티스관절염 환우회인 '한국펭귄회'는 환자들을 위한 건강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질환의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한국펭귄회 홈페이지(http://www.kpenguin.org/)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준화 된 교육콘텐츠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환자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환자교육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데 드는 진찰·교육 시간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의료수가에 반영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영성, 이하 NECA)은 지난 25일 원탁회의를 열고 표준화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한 주요 원칙과 교육내용에 합의를 도출했다.

앞서 NECA는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일상치료와 함께 질환교육을 시행한 경우 단기적으로 전신 통증 및 관절 통증, 부종이 개선되고 우울증의 완화와 질환관리 지식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효과적인 환자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과 인력·제도 등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NECA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7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들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관리에 가장 핵심적인 약물복용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합병증과 식이요법, 운동방법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약을 언제까지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환자의 65.7%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라고 답했지만 10.2%는 '아플 때만 복용한다'라고 답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지만 환자 10명 중 1명은 아플 때만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중 69.8%는 '완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질환 관련 지식정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스스로 질병원인·증상·진단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환자는 25.3%였고, ‘전혀 모른다’라고 응답한 환자는 12.7%였다.

현재 복용중인 약물의 이름과 종류에 대해 ‘전혀 모른다’라고 응답한 환자도 16.7%에 달했고, 약물의 복용방법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환자가 14.2%였다. 운동방법, 식이요법, 합병증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환자는 각각 26.4%, 37.6%, 41.4%에 달했다. 

NECA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 및 환자대표와 함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실태와 수요, 개선효과 및 사례, 환자만족도 등에 관한 토론을 거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 표준화를 위한 교육콘텐츠 합의문'을 마련했다.

합의문에는 ▲환자교육의 목표 ▲환자교육 대상자 및 제공자 ▲교육시기 ▲주요내용 및 형식 ▲후속연구 필요성 등을 담았다.

합의문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은 관절의 기능개선과 질병활성도의 개선 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지지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정하고, 환자교육 시기는 질병진단 초기에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질환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를 향상시켜 치료순응도를 높이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육 내용으로는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및 치료방법, 약물교육, 운동요법, 동반질환 관리, 정서적 지지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관절의 기능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환자교육의 형식은 첫 진단시 반드시 개별교육을 시행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개별교육과 그룹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시간은 환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며, 요구도에 맞추어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환자교육은 표준화된 교육자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다학제로 제공하는 것을 권장했다.

이와 관련 연구책임자인 NECA 윤지은 부연구위원은 "류마티스관절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이에 대한 환자와 가족들의 이해가 치료경과에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며 "이번 원탁회의를 통해 환자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교육콘텐츠 표준화 필요성에 관한 합의를 도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표 출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 보고서 중에서.
표 출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 보고서 중에서.

만성질환·희귀질환 환자 상담과 교육 활성화 위한 지원정책 필요

한편 의료기관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질환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국내 의료기관은 저수가 체계로 인해 '5분 진료'를 통한 박리다매식 진료시스템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별도의 보상기전(상담·교육 수가) 없이는 환자교육을 위해 의료진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가 힘든 의료환경이다.

NECA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류마티스내과 분과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도 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교육을 전혀 못하거나 교육 시간이 5분 이내라고 응답한 의사가 75%에 달했다.

교육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5분 이내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교육할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 비율이 46.4%였고, 교육을 도와줄 인력부족이 23.2%였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에 대해서 건강보험 수가로 적절하게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특히 증상 악화와 합병증의 위험으로부터 오랜 시간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란 점에서 질환교육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류마티스관절염 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에서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교육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고혈압학회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정혈압 관련 상담 수가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뿐만 아니라 환자가 직접 측정하는 가정혈압의 정확도를 높이는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측정법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겐 전문가를 통한 체계적인 질환 교육과 상담이 절실하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 환자 및 가족 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전성 질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되는 가장 큰 이유로 '해당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 및 이해 부족'(70.7%)을 꼽았다.

다음으로 ▲치료 방법 및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워서(65.7%) ▲환자∙가족 간 심리적 지지 및 대화부족(62.9%)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설명 부족(59.3%) 등의 순이었다.

결국은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질환교육을 할 수 있게끔 제도적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NECA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교육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 보고서를 통해 "환자교육이 진료시스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진찰·교육 시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세분화된 영역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의료상황을 반영한 정책적 근거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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