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확진자 증가·격리병상 부족 등으로 사망자 빠르게 늘어
응급의학회 "격리병상 확보하느라 다른 중증 응급환자 진료 기능 희생해선 안돼"

[라포르시안]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사망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어 중환자 치료역량 확대가 시급하다.

최근 일주일새 코로나19로 사망한 확진자는 80명이 넘었고, 국내 누적 사망자 수도 700명을 돌파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격리치료 병상 부족과 고위험군 확진자 증가 등으로 사망자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월 22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824명이 확인됐고, 해외유입 사례는 45명이 확인돼 신규 확진자는 총 869명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5만1,460명(해외유입 5,161명)으로 늘었다.

현재 1만4,810명이 격리 중이며,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7명이 늘어 28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허에 하루새 사망자가 24명이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722명(치명률 1.40%)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환자 발생과 이에 따른 사망자 발생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국내 발생 확진자는 최근 1주간(12월 13~19일) 1일 평균 949.0명으로 직전 1주(12월 6~12일, 661.7명)보다 287.3명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총 확진자 중 72.1%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최근 1주간 사망자는 81명이 발생했다. 사망자를 연령별로 보면 80대 이상 49명, 70대 19명, 60대 9명, 50대 3명, 40대 1명으로, 60세 이상이 77명으로 95.1%를 차지했다.

주간 단위로 코로나19 사망자 집계를 보면 48주차(11월 22~28일)에는 19명에서 49주차(11월 29~12월 5일)에는 18명, 50주차(12월 6~12일)에는 38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51주차(12월 12~19일)에는 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주 들어서는 20~22일 사이에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 일주일새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지난 20일 이후부터 하루 사망자가 각각 10명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탔다.

이는 수도권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관련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60대 이상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위험군 발생이 증가하는 데다 격리병상 부족으로 병상 대기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진료병상 확보 명령'을 내렸다. 중수본은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 허가병상 수의 최소 1%를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진료병상으로 제공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코로나19 이외에 응급실 등 필수의료 공백사태로 적절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받지 못한 비감염 중증환자의 초과사망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경우 1분기 누적 사망자가 3,978명으로 전년 동분기(3,597명) 대비 10.6% 더 많았다. 대구지역 1분기 사망자수는 2018년(4,000명)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400~3,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4,000명에 육박해 전년 동분기 대비 사망자수가 급증했다.

대구지역에서 전년 동기간 대비 초과사망자수가 높은 이유로 코로나19 감염 이외의 중환자들이 적절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2차 대유행 대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이 방역 대응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질환자들의 사망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때 중환자실(ICU)과 응급실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는 중증응급환자가 내원했을 때 코로나19 감염 여부로 인해 응급실 환자 수용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21일 호소문을 내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은 의료 자원의 공급 능력을 명백히 초과하고 있으며, 이는 의학적으로 ‘재난’ 정의를 만족한다"며 "입원 병상은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의 증가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많은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 중이나 응급실의 격리실도 포화 단계에 있다. 병상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장기간 현장에 대기하면서 상태가 악화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다른 비감염 질환 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학회는 "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에도 급성심근경색, 급성 뇌졸중, 중증외상, 세균성 패혈증 등의 중증응급환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치료 제공은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치료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격리 병상을 확보하느라 다른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기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재난 상황에서는 응급실과 병원 내 대응 체계를 정비해 환자 급증에 대응해야 한다"며 "확진 환자 또는 자가격리자를 응급실에서 안전하게 격리해 진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입원 병상 부족을 이유로 환자의 수용을 거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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