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특허청, 코로나19 틈타 돈벌이...특허 장벽을 제거할 제도개선 나서야"

[라포르시안] 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치료 효과가 있는 약물이 나오면 특허나 폭리를 금지하고 가격 통제와 같은 조치를 취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모든 지식과 기술에 관한 권리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합리적이고 지불가능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관련 기사: WHO, 코로나19 관련 지식·기술·특허 전 세계 공유 추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통해 세계 인류가 운명공동체이며, 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초협력' 기조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특허청이 기관의 예산 확대를 위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출원을 독려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특허청이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19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초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WHO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술과 지식의 공유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특허청은 이러한 전 세계적 초협력을 거부하고, 코로나19 위기를 자신들의 수입을 늘릴 기회로 삼고 있다. 공공기관의 자격을 상실한 특허청의 이러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허청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 사이트 초기화면 갈무리.
특허청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 사이트 초기화면 갈무리.

특허청은 코로나19 관련 최신 기술동향을 한눈에 확인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이란 사이트(kipo.go.kr/ncov/)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허청은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의 다양한 제안, 우수 발명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우수 아이디어는 특허출원 연계 및 관련 산업계에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특허청이 이 사이트를 예시한 아이디어는 위생, 건강, 음식, 교육, 쇼핑, 운송 등 생활전반을 아우른다. 이런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라는 말은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게 기술을 독점하라는 것"이라며 "특허청은 특허법의 예외조항까지 알려주며 아이디어를 공개해도 1년 동안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서 특허출원 안내 전화번호까지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관련 특허를 빨리 내 주는 게 특허청의 코로나19 대응책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의 이런 정책은 해외 각국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가 걸려 있을 경우 특허 독점을 완화해 모두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 놓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캐나다, 칠레, 에콰도르, 독일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백신 및 기타 의료 도구 등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급해 특허를 무효화하기 쉽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기 위해 연구 중인 의약품에 대해 특허 강제실시권을 발급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국제적인 협력 기조와 상충하는 특허청의 방침이 '책임운영기관'이라는 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특허청은 2006년부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돼 기관장 임기를 보장받고,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을 갖는 대신 자체적인 수입으로 운영된다. 특허청의 자체 수입은 특허출원인과 특허권자가 내는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특허청의 '지식재산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출원료와 심사청구료 등으로 거둬들인 특허 수수료 수입은 2011년 3,473억원에서 2015년4,559억원, 2018년 4,97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민사회단체는 "특허청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 장벽을 쌓으려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특허청의 예산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특허청은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책임운영기관으로, 특허청의 세입은 특허출원인과 특허권자가 내는 수수료이다. 따라서 특허청은 세입 확대를 위해 특허출원이 많아야 되는 구조적 모순에 빠지게 되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지식과 기술을 공유해도 우리나라 특허청은 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운영 방식이 특허청을 특허권자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 전락시켰고, 제도개선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특허청이 할 일은 코로나19의 진단, 치료, 예방에 특허 장벽이 있는지 조사해 이를 없애는 것"이라며 "특허청을 특허권자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 만들어 놓고, 특허청에게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로 드러난 특허청의 모순을 바로 잡고, 특허청이 특허권자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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