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취약층 결핵 치료서 '통합형 돌봄서비스 제공' 효과 실증적으로 규명

[라포르시안]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하는 홈리스 결핵환자에게 주거지원을 포함한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이 치료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중재수단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회경제적 취약층인 홈리스에 대해서 차별과 배제가 아닌 적극적인 보건복지 지원이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홈리스 결핵환자의 돌봄을 위해 주거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있었지만 지역기반의 주거지원 사업이 실제 치료성공률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 향후 관련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결핵협회(회장 경만호) 결핵연구원 최홍조 연구센터장은 주거지원을 포함한 보건복지 지원을 통해 홈리스 결핵환자의 치료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아시아태평양 공중보건 저널(Asia Pacific Journal of Public Health)’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결핵연구원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연구진이 시민사회단체인 홈리스 행동, 동자동사랑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과 함께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주거지원을 포함한 식사지원, 복약지원, 복지자원연계 등 보건복지 통합형 돌봄 서비스 제공이 치료성공률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주거지원 등 통합형 돌봄 서비스 지원사업이 없었던 과거대조군의 치료성공률이 58%에 그쳤던 반면 지원사업을 받은 홈리스 결핵환자 집단에서는 치료성공률이 86%까지 높아졌다.

특히 과거대조군에서 홈리스 결핵환자 10명 중 2명이 치료 도중 사망했으나 지원사업을 받은 환자군에서는 사망사례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홈리스 결핵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별적인 경향이 강했고, 이들이 결핵 치료를 잘 받지 않는 ‘비순응’환자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주거지원과 같은 환자 친화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보건복지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홈리스 결핵환자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결핵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전염성이 소실된 결핵환자를 시설중심의 배제와 분리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돌봄을 제공했다는 점과 환자의 필요를 고려한 사람중심 돌봄의 가치가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룹 별 결핵 치료 결과의 사례 및 비율. 표 출처: 결핵연구원
그룹 별 결핵 치료 결과의 사례 및 비율. 표 출처: 결핵연구원

특히 주거지원 효과와 함께 이웃돌봄 방식의 ‘직접복약확인’을 결핵 치료성공률이 높아진 또 다른 요인으로 꼽았다.

이번 연구에서 이웃돌봄요원은 홈리스 당사자이거나 지원단체 활동가, 과거 결핵치료 경험이 있는 홈리스 결핵 완치자로 구성했다. 복약확인을 위해 방문하는 돌봄요원이 친근하게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효과’도 치료성공률을 높이는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하나 고려해야 할 대목은 홈리스 결핵환자가 보건복지 수급권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홈리스 결핵환자는 대부분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이지만 연구 참여 시점의 생계급여 수급권 취득 비율은 40% 정도에 그쳤다. <관련 기사: 한국 사회에서 '결핵'은 가난의 대물림 심화시킨다>

홈리스 결핵환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치료 지원은 보건의료 관점에 국한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생계급여 수급권 연계 사례관리가 함께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홈리스 결핵환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환자 당사자에게는 물론 지역사회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환자의 필요에 근거를 둔 건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환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접근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서비스 R&D(의료취약계층 지원형)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나 과제 종료 이후 관련 지원도 중단됐다. 

결핵연구원 최홍조 연구센터장은 "연구과제 종료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보건복지 통합형 돌봄 서비스 제공)지원이 중단된 상황"이라며 "주거지원을 포함한 지역기반 이웃돌봄사업의 효과가 학술적으로 확인된 만큼 정부의 지원 예산이 수반돼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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