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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결핵'은 가난의 대물림 심화시킨다IMF 이후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 확대..."건강보험 상병수당 필요성 보여줘"

[라포르시안] 가난의 대물림은 물론 질병으로 인한 건강불평등이 부모에서 자식세대로 대물림된다는 게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이나 소득수준별로 사망률의 격차가 확대되고, 건강불평등이 부모에서 자식 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구조화된 사회적 불평등은 생애과정에서 건강불평등의 모습으로 몸에 새겨진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더 가난해 질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시기에 이런 양상이 더 뚜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최홍조 연구센터장은 17일자로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어릴 때 사회경제적위치가 낮았던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가능성이 높고,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더 악화시켰다는 연구(Social selection in historical time: The case of tuberculosis in South Korea after the East Asian financial crisis)를 게재했다.

최홍조 센터장은 고려대 보건과학대 정혜주 교수팀, 토론토대학 문테이너 교수팀과 함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결핵을 진단받고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들을 1980~2012년까지 분석했다. 이 기간동안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8,136 명 중 936명이 결핵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아버지의 교육수준으로 본 유년기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현재에도 가구소득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약 1.3배 더 높았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변곡점으로 이 같은 양상이 심화됐고 2003년 이후부터는 약 2배까지 높아졌다.

반면 유년기에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은 사람이 결핵에 걸릴 경우 일반인과 비교해 현재 가구소득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따라 이런 양상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었고, 그 충격파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기업의 도산이 이어졌고,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했다. 당시 결핵과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그로 인해 휴직하거나 퇴직했고, 그 결과로서의 경제적 곤란이 장기적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에서 결핵으로 인해 가난에 빠진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경제적불평등, 사회적 이동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그 시기에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표 출처: 대한결핵협회

이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결핵은 가난의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환경에서 결핵에 걸린 환자에게는 그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핵의 발병은 가난한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이에 따른 질병부담은 높지만 사회적 영향을 완화하려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연구팀은 향후 질병 관련한 건강보장정책을 수립할 때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의료비 보장뿐만 아니라 실직, 소득상실 등을 감안한 더 적극적인 보장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홍조 센터장은 "결핵을 포함한 건강정책은 필연적으로 사회정책, 노동정책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질병의 치료는 필수적 서비스이지만 이를 넘어서 질병치료로 인한 실직, 소득상실, 재산의 처분 등 다양한 사회적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은 건강정책이 아니라 고용의 문제이거나 사회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질병 치료비만 보장하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업무상 질병 이외에 일반적인 질병 및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 또는 임금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상병수당' 도입이 절실하다.

이번 연구결과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에선 중증질환으로 노동력을 상실하고 직장을 잃으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관련 기사: 소득주도 성장 강조한 문재인 정부, '상병수당' 외면은 모순>

최 센터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생계곤란이라는 정책적 계기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최근 관련된 논의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요구한다"며 "이번 연구는 질병으로 인한 생계적 곤란과 빈곤화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며, 이 문제가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간 이미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었고, 더 심각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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