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병원 유치 성과 없어... '국내외 의료기관 유치'로 기본계획 전환

지난 2012년 12월 30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무상의료본부'가 복지부 청사 앞에서 외국계 영리병원 허용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30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무상의료본부'가 복지부 청사 앞에서 외국계 영리병원 허용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라포르시안]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만 초점을 맞춰온 경제특구 정책을 국내외 기업에 차별을 두지 않는 신산업 육성 정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 일환으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 유치 대신 '국내 의료기관 유치'가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 경제자유구역을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신산업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담은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2018~2027)'을 발표했다.

산자부는 "이번 2차 기본계획은 기존 1차 경자규역 정책(2013~2022)이 투자, 고용 증가 등에 성과가 있었으나 개발위주, 기반시설 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져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개발 및 외자유치 중심의 경자구역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며 "맞춤형 규제혁신, 입주기업 혁신성장 지원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 투자 80조원을 유치하고 일자리 27만개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차 기본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던 외국의료기관 설립 추진을 '국내외 의료기관 유치'로 전환한 대목이다. 

이를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서비스 확충과 의료관관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산자부 김승태 사무관은 "정부가 의료영리화를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최근 제주녹지국제병원 설립이 최종 무산됐다"면서 "경제특구 내에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거주하고 있어 의료기관이 필요한데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어렵다고 보고 방향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인천 송도, 제주 등을 중심으로 외국 의료기관 유치를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천 송도의 경우 2005년 미국 뉴욕 프레스비터리언(NYP) 병원,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유치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이 투자한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재 개원이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경제특구에 설립되는 외국병원에 대해 내국인 대상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외국 의사·치과의사 면허 소지자 비율 10% 기준을 삭제하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의료영리화 논란만 키웠다.

이번에는 외국의료기관 유치 계획을 전면 수정해 해당 부지에 국내 의료기관이 입주할 수 있도록 개발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송도의 경우 이미 국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마무리했다. 산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회의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개발계획 변경안'을 의결한 바 있다.

송도 1공구 약 8만㎡ 부지 용도가 '국제병원(외국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외국의료기관 또는 국내의료기관)'으로 바뀌었다.

김승태 사무관은 "여건은 마련됐고 국내 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협의도 시작됐다"며 "모든 경제자유구역에 대형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전문병원 등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