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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형 림프종 환자에게 ‘BR요법’ 보험급여가 절실한 이유
이종석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라포르시안]  50대 여성 A씨는 이름도 생소한 ‘여포형 림프종’ 환자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여러모로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급여가 되는 약제가 있어 치료를 받았지만, 손발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한 것이다. 치료를 중단해도 그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부작용을 덜 수 있는 다른 치료옵션을 제안 받았지만 비급여라는 말에 더 좌절했다.

이미 집안 경제는 기울대로 기울어졌다. 부유한 환자만 새 약으로 치료받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현실에서 그는 경제적 계층하락 보다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

희귀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다. 여포형 림프종이 그 중 하나다. 여포형 림프종은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중 하나로 한 해 발생 환자 수가 약 110명에 불과한 희귀한 혈액암이다. 60~65세 고령 환자의 비중이 큰 질환으로, 국내 발생연령 중앙값은 52세다. 이들의 치료 접근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여포형 림프종’…치료 형평성 해결은 언제쯤?

지난 8월 국내 여포형 림프종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독성은 비교적 낮으면서 치료 효과가 높은 치료제 ‘심벤다(성분 벤다무스틴)’가 국내에도 드디어 적응증을 획득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전 치료경험이 없는 여포형 림프종 환자에서 리툭시맙과 병용요법(이하 BR요법)’으로 심벤다의 적응증 추가를 승인했다. ‘BR요법’은 오래 전부터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어 온 치료법으로, 국내에서는 이전까지 사전신청요법을 통해서만 해당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환자들은 이번 적응증 승인으로 큰 장벽 하나는 넘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환자들의 희비가 또 한 번 엇갈렸다. 비급여 치료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료진들도 형편이 안 되는 환자들에게 비급여인 BR요법을 선뜻 권하기 어렵다. 치료 효과가 좋더라도 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권고되는 BR요법, 국내에서는 아직 높은 문턱

가장 최신 업데이트된 2017년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BR요법을 여포형 림프종 치료에 가장 높은 수준(카테고리)으로 권고하고 있다. BR요법은 국내 급여되는 R-CHOP 대비 무진행 생존율을 2배 이상 연장시키며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BR요법의 더 큰 장점은 타 치료법 대비 독성 및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혈액학적 독성뿐만 아니라 탈모, 말초신경증 등 비혈액학적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률이 R-CHOP 대비 절반 이상으로 낮다. 이러한 증상은 한 번 발생하면 수개월 동안 지속돼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NCCN 가이드라인 등재 배경이 된 StiL NHL1-2003 Study에 따르면 R-CHOP 투여군의 탈모 발생률은 100%인 반면, BR요법 환자군에서는 0%다. 말초신경병증의 발생률도 R-CHOP대비 4분의 1 미만이다.

이종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는 “BR요법은 여포형 림프종 치료에 우선 권고되는 항암요법 중 부작용이 가장 적다. 이는 실제 환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며 “BR요법은 말초신경병증이 잘 나타나는 당뇨환자나, 항암제 독성에 견디기 힘든 고령환자에게도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포형 림프종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선 권고되는 항암요법은 R-CHOP, R-CVP와 BR요법이다. 그러나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치료법 중 국내에서 급여되는 치료법은 R-CHOP, R-CVP 뿐이다.

치료 효과는 물론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유용성을 보여준 BR요법이 있는데도 이는 급여가 적용되어 있지 않아 실제 사용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여포형 림프종을 포함한 비호지킨림프종은 재발 방지를 위해 주로 병용화학요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기전과 독성이 다른 치료옵션 확보가 중요한 질환이다.

소외받는 희귀질환 치료제, 실질 사용 위한 급여화 절실

여포형 림프종과 같은 희귀질환은 인지도가 낮고 환자 수 자체도 적어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BR요법은 우월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비호지킨림프종 분야에 이미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공공 의료를 실행하는 일본,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BR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BR요법에 급여가 적용되어 있다.

이종석 교수는 “여포형 림프종 환자는 대부분 50세 이상의 고령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름 자체도 생소해 사회적으로 더욱 소외되어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도 선진적인 치료의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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