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라포르시안] 소포림프종(여포형 림프종·Follicular Lymphoma)은 전체 비호지킨림프종의 약 3%를 차지한다. 한 해 평균 15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55~60세 환자가 대부분이다. 60대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기존에 합병증을 보유하고 있거나 장기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을 견디기 힘들다.

소포림프종은 고령 환자가 많은 특성상 독성 위험이 적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벤다와 리툭시맙 병용요법인 ‘BR요법’은 관련 임상에서 표준요법(R-CHOP) 대비 2배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연장 및 혈액학적·비혈액학적 독성 위험성 감소 효과를 보였다.

문제는 관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심벤다(성분 벤다무스틴)’가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출시 7년 만에 소포림프종 및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인정받았다. 심벤다는 소포림프종, 외투세포림프종,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에 활발히 쓰이는 약제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전영우 교수(혈액내과)를 통해 심벤다 급여적용 이후의 변화와 BR요법의 치료 이점에 대해 들어봤다.

- 소포림프종은 어떤 질환인가.

“여포형 림프종으로도 불리는 소포림프종은 국가관리 희귀질환은 아니지만 한 해 국내 환자 수가 200명을 넘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림프종은 크게 공격성 림프종과 저등급 림프종으로 구분되는데, 소포림프종은 저등급 림프종 중 말트림프종(MALTOMA)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저등급 림프종의 발생 빈도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환자 수는 적은 편이다. 암세포가 천천히 자라고 진행도 느린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병기에 따라 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병기가 진행될수록 여느 공격성 림프종 못지않게 치료 실패율과 재발률이 높아지며, 심지어 5년 이상 경과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 소포림프종의 재발률이 높다면 치료옵션이 중요할 것 같다.

“림프종을 포함한 암을 치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5개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치료제는 효과가 가장 좋으면서 독성은 낮은 치료제다. 효과는 제일 떨어지고 독성은 높은 치료제를 가장 후 순위로 미룬다.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을 가장 먼저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재발 환자는 재발이 거듭될수록 이전보다 효과는 떨어지고 약물의 독성과 강도는 더 높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포림프종 특성상 고령층의 환자가 많고 특히 재발 시 공격성 림프종과 같이 예후가 나빠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강도 높은 치료를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다른 주요 암들은 표적 항암제 등 치료옵션이 다양한 반면, 소포림프종은 치료옵션 자체가 많지 않아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적인 점도 문제다.”

- 심벤다가 국내 출시 7년 만에 보험급여를 인정받았다. 

“심벤다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항암제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 기간 동안 의학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이 이루어진 사례가 많았다. 심벤다의 주요 성분인 벤다무스틴 역시 2차 세계대전 중 동독에서 기초 연구를 통해서 개발된 물질로, 종전 후 1963년도에 처음으로 환자에게 사용됐다. 이 약제는 다른 항암제와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암세포가 자랄 때 DNA, RNA를 파괴하는 알킬화 항암제와 DNA와 RNA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대사 항암제가 합쳐진 치료제다. 개발 당시에는 급성백혈병을 포함한 급성질환부터 다발골수종 같은 만성질환을 아우르는 전체 혈액암을 대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치료 적응증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효과를 잘 보지 못했고, 결국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저등급 림프종 및 다발골수정,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같은 온순형 저등급 혈액암으로 적응증을 한정하면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고,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소포림프종에 대한 치료옵션이 많지 않았는데 BR요법의 급여로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소포림프종 환자들의 치료 희망이 높아졌다.”

- 심벤다와 리툭시맙 병용요법의 장점은.

“BR요법은 그간 전 세계적으로 치료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발표돼 효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치료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기존 치료법인 R-CHOP과 BR요법을 비교한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BR요법의 무진행 생존율이 기존 약제 대비 2배 이상(69.5개월 vs. 31.2개월) 연장됐고 질병관해율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또한 소포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 결과 종양진행 및 사망 위험성을 39% 감소시켜 소포림프종 1차 치료제로서의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항암제 독성 비교에 있어서도 BR요법이 기존의 치료법 대비 독성이 월등히 낮아 전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젊은 환자나 고령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무리가 없다. 재발환자에서는 R-CHOP 투여군 대비 재치료 시간, 즉 2차 항암제가 투여되는 시간이 더 길어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급여 전환 이후 임상현장에서 BR요법의 변화가 있었는지.

“소포림프종과 같은 희귀질환은 치료옵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BR요법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특히 질병 자체가 고령층에서 많이 생기다 보니 독성이 적은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많았다. 

다행히 작년에 BR요법이 급여화되면서 이제 독성이 적은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높아졌다. 또한 입원이 필요 없이 외래 진료만으로도 항암제 투여가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이 증가하고 환자 삶의 질이 향상했다.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부작용 중 하나인 탈모 발생 위험이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BR요법 급여 전에는 ‘인정 비급여’라는 제도를 통해 일부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 도중 포기하거나 급여가 되는 다른 치료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급여 이후에는 비용 걱정 없이 효과만을 고려해 환자들에게 권할 수 있게 됐고, 아마 전국적으로 BR요법의 처방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 BR요법은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소포림프종 치료에 권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나.

“그렇다. 현재 소포림프종 1차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많은 점, 많은 임상연구들을 통해 BR요법의 효과가 입증된 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BR요법이 소포림프종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에서 소포림프종 치료옵션으로 R-CHOP, R-CVP, BR요법 세 가지가 주로 꼽힌다. 강도가 센 항암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R-CHOP을 바로 사용하기에 독성 측면에서의 부담이 크다. 그래서인지 외국 전문의들의 소포림프종 치료제 선호도가 BR요법이 약 5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R-CHOP, R-CVP 순이다. BR요법의 급여로 국내에서도 외국과 같이 BR요법의 1차 처방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가 희귀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다. 의료현장에서 바라보는 제도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고 비용효과성 입증이 쉽지 않아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으로부터 소외되기 쉽고, 임상연구나 치료제 개발의 우선순위에서도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희귀질환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고 후속 지원을 하지 않으면 치료를 유지하기 어렵다. 소포림프종은 국가 지정 희귀질환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다행히 암환자 요양급여에 따라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희귀질환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는 보험급여 절차를 간소화한 패스트 트랙과 같은 보완책으로 환자 접근성을 더 높여주었으면 한다. 심벤다 같은 경우에도 외국과 유사한 시기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더라면 더 많은 환자들이 더 나은 혜택을 일찍부터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노력으로 과거 대비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고 선진국 수준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료에 대한 부담은 환자만의 몫이 아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 담당 주치의가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치료를 장기간 끌고 나가다 보면 비용적 측면의 부담으로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의료 사각지대가 종종 발생한다. 투병 기간과 비용 부담이 지속해 누적되면 밝은 성격의 환자도 우울증에 빠지거나 치료 의지가 많이 저하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정부가 작년부터 희귀질환 범위를 확대하고 진단·치료 지원 및 치료제 보장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도는 조금 더디지만, 소포림프종에서의 BR요법의 급여 승인과 같이 희귀질환 치료옵션이 과거 대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일단 현재의 최선의 치료로 다음 치료까지의 기간을 수년간 연장하다 보면 더 좋은 신약이 나올 것이고 이를 통해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믿는다. 환자와 가족분들이 희망을 갖고 치료를 포기하지 않기를, 의료진과 함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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