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들, 공단 협상 태도에 강한 불만 표출

[라포르시안]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소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2018년 수가협상 전망이 급속히 어두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건보공단과 수가협상 자율타결을 포기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예상하는 공급자단체가 하나 둘 나올 정도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26일, 29일 이틀간 의사협회 등 공급자단체와 잇따라 협상 테이블을 가졌다. 지난 24일 공단 재정소위가 열리고 처음 마련된 협상이었다.  

공급자 단체들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3차 협상에서 재정소위에서 정한 밴딩폭(추가재정 규모)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내년에만 8,000억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고, 급속도로 고갈이 예상된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선제조치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대폭 적인 수가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가 협상이 중반전을 넘어서는 단계라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급자단체 한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건정심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협상장에서 보인 건보공단의 태도는 가진 돈이 2천원밖에 없다며 2천원을 던져주고 4만원짜리 옷을 빼앗는 날강도와 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협상 태도는 밴딩폭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공급자 단체 관계자들의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재정소위는 올해 밴딩폭을 6,500~7,000억원 선으로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의 8,134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협상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기관들이 입은 유무형의 손실 보상 차원에서 요양급여비용 추가 소요재정을 올려잡았지만 올해는 그런 이슈가 없기 때문에 밴딩폭을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는 게 건보공단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건보공단이 수행한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 수가 인하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또다른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지금 협상장에서 건보공단은 가입자 쪽 논리만 앞세우고 있다. 건강보험 운영의 한 축으로서 더 이상 희생만 감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약사회는 지난 29일 공단 수가협상단과 협상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편 2018년도 수가 조정률 결정을 위한 마지막 4차 협상은 31일 오후 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수가협상 시한이 31일 자정까지 건보공단과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공급자단체의 2018년도 수가인상 조정권은 건정심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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