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의료정책 뉴스&뷰
그 많은 간호학과 졸업자는 다 어디로 갔나?[뉴스&뷰] 간호졸업자 수는 '세계 1위'·활동간호사 수는 '세계 꼴찌'…의료수가 보상체계 인력 중심으로 개편해야
분당차병원의 포괄간호병동(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모습.

[라포르시안] "현행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사람 값'에는 박하고 '기계 값'에는 후한 방식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보건의료인력 수급정책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어느 전문가가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새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와 같은 서비스산업을 선진화 해 일자리 창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 아래 각종 규제완화를 기반으로 한 의료산업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의료산업화를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은 별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의료 분야에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단기간에 가장 높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직종이 바로 간호인력이다. 국내 의료기관은 만성적인 간호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병원이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건강보험 의료수가 체계가 의료시설과 장비 사용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 수준이지만 의료인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적정 간호인력 확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게 이를 상징한다. 간호인력을 확충해 인건비 부담을 더하기보다 차라리 낮은 등급을 받고 간호관리료를 삭감당하는게 병원 경영에 더 이익이 될 정도로 여기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적정 간호인력 확충은 요원해 보인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통해 의료인력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정책목표는 언감생심이다.

최근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는 국내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현황과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방대한 보고서 내용 중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조성현 교수가 집필한 간호인력 부문의 현황을 보면 의료기관의 열악한 간호인력 배치수준이 짐작이 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인력은 5.2명으로 OECD 34개 국가 중 29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인구 대비 간호인력이 가장 많은 스위스 17.4명과 비교하면 약 1/3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인구 대비 병상수는 2위, MRI수와 CT수는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보건의료 자원 분배가 인력보다는 시설과 장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건강보험 의료수가 보상체계가 인력이 아닌 시설과 장비 중심으로 짜였다는 의미다.

혹시 간호인력 공급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통계수치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간호졸업자(간호학과 졸업자·간호조무사 관련 교육과정 이수자)수는 11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전문직 간호졸업자(간호학과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40명으로 스위스 등의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 대비 활동 간호사수는 스위스의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간호졸업자 수는 비슷한 꼴이다.

게다가 준전문직 간호졸업자(간호조무사 관련 교육과정 이수자)는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간호사 면허자는 2004년 20만 2,012명에서 2014년 32만 3,041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59.9% 증가했다. 그 동안 간호학과 신설 및 증원으로 인해 매년 신규 면허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1만7,000명이 넘는 신규 간호사가 배출됐다. 조만간 매년 배출되는 신규 간호사 수가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많은 간호인력이 공급되고 있는데 왜 의료기관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까.

이미지 출처: 통계개발원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

 

이미지 출처: 통계개발원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

보고서를 보면 간호사 면허자 중 실제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활동 간호사(practicing nurses)는 2004년 8만 9,607명에서 2014년 14만 7,210명으로 64.3%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간호사 면허자 중 활동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4.4%에서 2014년 45.6%로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활동 간호사의 비중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 때문이다. 병원간호사회가 2015년 실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결과, 2014년 채용한 신입 간호사 1만 3,779명 중 33.5%가 2014년 12월 기준으로 병원을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조무사는 더 심각한다. 전체 간호조무사 자격자 중 활동 간호조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7.7%에서 2014년 22.3%로 오히려 줄었다.

간호인력의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상당수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입원실을 축소하거나 응급실을 폐쇄할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역별 인구 대비 간호사수는 큰 차이가 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일 보정 입원환자 100명당 간호사수는 서울(36.6명)과 제주(34.1명), 강원(27.7명), 대구(25.0명) 순으로 많고, 전북(15.8명)과 충남(16.6명)이 가장 적었다.

100병상당 간호사수는 서울(42.5명)에 비해 전북(14.4명)과 충남(15.0명)은 3배 정도 더 적었다.

보고서는 "간호사의 이직을 줄이려면 이직의 주요 원인인 근무조건, 특히 낮은 배치수준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개선하는 등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간호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급 확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간호인력 배치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금수준 향상, 근무환경 개선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 확보 중대한 문제...적정 의료인력 확충 국가가 지원하고 책임져야 

한편 병원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수준 향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이 더 많은 인건비 부담을 져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 보상체계를 적정 의료인력 확충이 가능하도록 개편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병원의 간호사 추가 채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개별 병원에 떠넘겨진 적정 의료인력 확충 책임을 정부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책임지고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간호인력 부족에 따른 환자 보호자에 의한 간병문화가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것처럼 적정 의료인력 확충은 환자안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 의무와 비용부담 책임을 개별 의료기관에만 고스란히 떠넘겨왔다.

현재 국회에는 '보건의료인력 지원 특별법안'이 제출돼 있다. 특별법안은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보건의료기관의 원활한 인력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보건의료인력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보건의료인력 고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담았다.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안 제정을 적극 추진해온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 확충 없이는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통과돼 병원의 적정인력 확충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4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